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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ul 09. 2024

시끄럽지만 조화로운 기쁨

나이를 먹어도 기쁨을 간직하기 위해선 친절을 택해야 한다. 

몇 년 전 부활절 즈음으로 기억한다.  출근길에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장님 한 분이 지팡이 하나만 의지한 체 걷는 광경을 목격했다. 학교 도착하기 전 따뜻한 스타벅스 플렛 와이트를 뽑아 들어갈 여유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도저히 그를 못 본 체 지나갈 수가 없었다. 당시 다운타운은 길바닥 공사도 많았고 건물 공사 때문에 보도블록이 엉망이었다.  몸 건강한 나도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하는 참에 눈이 안 보이는 이가 지팡이를 휘저으며 이 길을 어떻게 걷겠나 싶었다.  혹시라도 넘어지면 도저히 할아버지 혼자 감당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기에 위태로운 그를 향해 걸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당신의 손을 잡아도 될까요? 어디 가세요?"

그는 성당에 가는 길이라 했다. 학교 방향과 너무 반대 방향이라 성당까지는 갈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난장판 공사 현장은 빠져나갈 시간은 있을 것 같았다. 그와 나는 두 손을 맞잡고 공사현장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무사히 빠져나와 큰길로 나왔고 조심히 성당에 가시라는 인사와 함께 꼭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는 연신 내게 고맙다는 말과 신의 은총과 축복이 있을 거라는 말을 반복했다. 




Rosy Petri, The Storycatcher: Zora Neale Hurston


위스콘신주에 갔다가 전혀 계획에도 없는 전시를 보러 들어갔다. 섬유작품을 좋아하는 나는 특히 퀼트를 좋아한다. 각기 다른 조각들을 짜 맞추다 보면 큰 그림이 되는 게 마치 퍼즐조각 같다. 그곳에서 처음 들어본 작가의 이름 Rosy Petri 작품을 만났다. 


각기 다른 천에 잉크로 프린트가 된듯한 무늬들이 각각 다른 모양으로 오려지고 붙여지고 바느질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기쁨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짓는 여자가 보였다. 노래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큰 소리를 내고 웃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여자의 표정에는 오직 기쁨만 있어 보였다. 화려한 색감, 패턴들은 조화를 이루지 않을 것 같으면서 조화를 이루고 시끄러울 것 같은데 신이 난다.  작품이  뿜어내는 기쁨의 에너지는 매우 크고 시끄럽고 화려하다. 


기쁨! 

얼마나 소중한 감정인가! 기쁨이라는 감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작아지는 것 같은데 지금 이 여자의 얼굴에는 기쁨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았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기쁨 말고 다른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없을 만큼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이런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분명 안에 기쁨이라는 빛을 품고 살 거라는 확신이 들자 그녀는 분명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병원에는 그때 그 할아버지처럼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가 왔다.  그녀는 몽골 사람인데 나를 만날 때마다 인자한 미소와 눈웃음으로 내게 인사말을 건넨다. 그녀의 차례가 되면 나는 그 할아버지에게 했듯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의자까지 안내해 주는데 그녀는 매번 내게 고맙다고 신의 축복이 있을 거라고 한다. 그때 그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나는 그런 순간들이 내게 기쁨이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누군가가 내게 친절을 베풀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색감들이 터져 나와 기쁨으로 체색이 된다고 느낀다. Rosy Petri 작품처럼 그 기쁨들이 마구마구 터져 나와 세상을 조금씩 더 활기차게 밝게 만들어줄수록 살아갈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아니 그럴것이다.  정말 활기차고 기쁨이 가득하고 살아갈만한 세상이 될것이다. 살아가면서 친절을 베풀고 느끼는 기쁨을 경험하고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면  사람은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너무 순진하게도 나는 아직도 그걸 절실하게 믿고 붙잡고 산다. 그래야 내 새끼가 살만한 세상으로 변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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