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Alpha의 낭만은 뭘까?
종종 한국의 추억이 떠오를 때면 자연스레 듣고 싶은 플레이 리스트에는 무한궤도, 공일오비, 신해철, 윤종신과 전람회가 빠지지 않는다. 요즘 트렌디한 노래보다 전주는 몇 배 길고 가사는 순수하고 도덕적이게 바르며 노래는 기교보다 감정이 더 앞선다. 그때 그 시절의 노래를 듣다 보면 내가 경험했던 90년대의 한국이 떠오른다.
몇 해 전 요즘 Gen Z를 어떻게 이해하며 함께 일 할 것인가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강사가 우스갯 소리로 절대 Gen Z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전화를 거는 일이며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음성을 남기는 일이라 했다. "이 세대는 문자로 소통하는 게 익숙합니다. 전화를 거는 일은 매우 귀찮으며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라 여깁니다. 거기에 음성까지 남긴다면 당신은 최악의 보스가 될 것입니다! 요점만 말하세요! 길게 말하지 마세요. 말하는 것보다 문자로 전하세요. 요점만 말입니다!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과정을 보여주세요. 당신들과는 다른 세대라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당신은 과정을 중요시하는 세대에서 자랐지만 지금 Gen Z는 결과가 더 중요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Gen Z는 이미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결과부터 얻어냅니다. 결과를 봐야 그 과정도 이해가 되는 세대란 말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장황하게 과정을 설명한다면 그들은 흥미를 잃을 것입니다! 당신이 입을 벌린 그 순간부터 말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해야 하는 나로서 이런 강의는 매우 귀했다. 내 학생들의 니즈를 알아야 내가 거기에 따른 강의도 준비할 수 있다. 매번 전시를 가고 여행지에서 미술 박물관을 다니며 그림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도 트렌디한 내 학생들이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요점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Gen Z인 내 학생들에게 꼰대같이 굴긴 싫으니까.
그때 그 강사가 말했던 것처럼 요즘 Gen Z가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전화통화라는 기사를 접했다. Phone Phobia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Gen Z가 말로 직접 소통했던 경험이 윗세대보다 현저히 적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 한다. 사회생활에서는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며 주고받아야 하는 정보들이 있기에 요즘은 회사가 직접 나서서 전화를 받는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한다.
90년대 나왔던 공일오비의 텅 빈 거리라는 노래가 있다. "야윈 두 손에 동전 두 개뿐"이라며 윤종신의 맑은 목소리로 듣다 보면 아~ 맞다 공중전화가 20원이었지! 라며 옛 추억에 잠기곤 했다. 당시 전화기에 10원이라도 남으면 그냥 끊지 않고 뒷사람이 쓸 수 있도록 수화기를 공중전화기 위에 살포시 놓기도 하는 낭만이 있었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전화는 공중전화였다. 엄마는 동전을 모아놓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동네 마실 나가듯 모아논 동전 한 꾸러미 가지고 공중전화로 향했다. 당시 내가 살던 집에도 전화가 있었지만, 엄마의 고향집에 전화를 거는 건 시외 전화라 요금이 높았다. 때문에 엄마는 동전을 모아 한갓진 날을 잡아 나를 데리고 공중전화로 향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통화를 했던 엄마는 나에게 인사하라며 수화기를 넘겨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공중전화는 돈 넘어가는 소리가 꼴깍꼴깍 들렸다. 동전이 다 떨어지면 공중전화가 삐삐 소리를 내고 그때마다 엄마는 얼른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동전 투입구에 십원 오십 원 백 원짜리를 넣었다.
얼마 전 딸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 엄마랑 수영장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다. 그녀는 내게 집전화를 장만했다고 했다. 스마트 폰 말고 옛날 집집마다 있던 무선전화 말이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친구들과 전화하고 한참 수다 떨었던 그 추억을 우리 애들도 갖게 해 줬으면 좋겠어. 스마트폰 말고 문자 말고 정말 말 그대로 집 전화로 친구집에 전화를 걸고 수다를 떨고 숙제 물어보고 너 뭐 하니 우리 집 놀러 올래 하면서... 우리 학창 시절의 추억처럼 우리 애들도 그런 추억이 생기면 좋겠어."
이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인가!
그녀로 인해 세 집이 집 전화를 마련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통화하기 좋은 시간 때를 단체 문자로 주고받는다. 내 딸아이도 집 전화를 만지작 거리며 신기해한다. 화면 없이 번호만 큼직하게 있는 전화로 나와 남편의 핸드폰에 번갈아가며 전화를 걸어본다.
2010년에서 2024년에 태어난 세대가 Gen Alpha라고 한다. 이 아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소통을 할까? AI가 대신 소통을 해주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괜스레 불안해진다. 원래 인간이 역사상으로 해왔던 가장 기본적인 언어의 소통 방법을 AI가 대신할까 봐. 사람다움과 인간다움이 사라지지는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보지만, 또 그 세대 나름의 낭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나는 내 아이가 쌓을 추억과 낭만이 집 전화로 시작되길 바라본다. 그러면... 엄마의 옛이야기도 조금은 공감을 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