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도는 내가 한다
"아까 드린 봉투 다들 받으셨죠? 예배 다 끝나고 기도받고 싶은 분들은 그 봉투 두껍게 채워서 나한테로 오면 됩니다. 내가 기도해서 잘 안된 사람이 없어!"
꽤 오래전 지인의 교회에 찾아온 이 약장사 같은 부흥강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도빨과 영빨을 가지고 성도들에게 장사를 했고 나의 지인은 분노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임신이 안 되는 사람
사업이 안 풀리는 사람
몸이 아픈 사람
돈문제가 있는 사람
인생 모든 문제를 자신의 기도빨로 막힌 혈을 뚫듯이 변비를 해결하듯이 시원하게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그를 믿어도 될까?
내 개인적인 얘기다.
아버지가 위궤양으로 너무 괴로웠을 때 어머니 지인이 자기가 기도 참 잘하는 권사를 알고 있으니 그분한테 기도를 받으러 가자고 했다고 한다. 기둥 같은 남편은 너무 아프고 첫아기는 막 태어났는데 얼마나 눈앞이 깜깜 했겠는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으로 그 다급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권사라는 여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기도의 은사를 받았다는 그 권사라는 여자는 자기가 기도를 해본 결과 아버지가 몇 날 며칠 돌아가실 것이니 준비하라는 말을 나의 어머니에게 내뱉었고 어머니는 심장이 발바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셨다. 날짜는 다가오고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그 날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다음 해에도 그 다음다음 해에도 그리고 지금까지 나의 아버지는 매우 건강하게 잘 살아계시고 위궤양은 없다.
어머니는 내게 그런 말씀을 종종 하신다.
"누가 기도해 준다고 하면 됐다고 해~"
어머니는 그때의 그 경험으로 큰 배움을 얻으신 거다.
내 기도는 내가 하는 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진리 말이다.
내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운 한국의 기독교 정서는 토속신앙이다. 마치 무당이 접신하듯 기도는 나 말고 좀 더 기도빨이 센 아무개 권사나 아무개 목사 혹은 부흥강사한테 받아야 하나님이 더 제대로 들어주신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특별히 신의 계시를 받았고 특별히 신에게 신임을 받고 있으며 특별히 신과 직접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고 떠든다. 그들의 논리를 따지면 하나님은 차별하시는 분이고 구원은 공평하지 않으며 은혜와 사랑과 은사는 매우 선택적인 것이다. 그런 영적 은사를 받지도 못하고 하나님과 직접적인 교류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 천국을 넘보겠는가? 너무나 하찮고 비루하고 어리석은 나는 내 기도도 할 수 없을 만큼 무능하니 하나님께 특별히 선택받은 저들에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정말 너무 쓸모가 없는 존재가 된다.
기도는 나와 하나님의 대화다.
내가 하나님께 아뢰면 하나님은 그분의 방식대로 나에게 그분의 뜻과 이끄심을 보여주신다. 마이크를 켜고 왼쪽 오른쪽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상황으로 이끄시거나 사람으로 보이시거나 말씀으로 내게 확신을 주신다.
아... 이건 정말 내가 하는 게 아니구나. 하나님이 이끌고 계시는구나! 이걸 찐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내가 간절하게 매달려서 내 기도를 하기 때문이다.
기도로 장사하려들고 돈 벌려고 하는 이들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당신의 능력을 단 한 번도 물질과 바꾸려 하신 적 없다. 솔직히 하나님은 아쉬울 게 없는 분 아닌가?
천지를 창조하시고 만물을 지휘하시는 분, 물질 위에 있는 분이 내 변변치 못한 기도랑 맞바꿔서 이득 볼게 뭐가 있겠나? 그 이득을 노리는 건 사실 돼먹지 못하고 미성숙한 사람들이 자신의 간사한 혀를 놀리며 이득을 챙겨보려 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기도를 해주겠다며 물질을 바란다면 어서 멀리 피하라. 똥이다.
기도는 나랑 하나님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매우 사적이며 은밀한 것이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오롯이 그 분과 누려야 한다.
내 기도는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다.
내 아픔과 어려움을 내 입으로 말해야 한다.
물론 중 보기도란 것도 있다.
그것도 은밀한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하여 하나님과 은밀히 사적으로 나눈 것이다.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안다.
때로는 정말 기도조차 아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힘들어서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도 있다는 걸.
그때는 그냥...
하나님... 아시죠?라고 하면 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내 마음을 아시고 내 어려움을 아시니 나는 그냥 이미 아시니까 그냥 위로만 구하면 되는 거다. 기도는 거창할 필요도 화려할 필요도 없다.
#기도로_장사하면_졸망
#네가해라_네기도
#영빨_기도빨_헛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