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을 지불해야 한다면 솔직함을 선택하라.
열등감은 비싸다.
마치 블랙홀 같은 구멍을 메꾸기 위해 그 안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과 같아서 비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어두운 구멍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수습해 보려고, 전부를 다 집어넣어도 구멍을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나 너무 행복해요~ 나 너무 갖은 게 많아요. 난 당신이 날 부러워했으면 좋겠어요를 저급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포장해 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공허함이 가득하다.
내가 당신을 죽도록 부러워하는 만큼 당신도 날 그만큼 부러워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명품가방과 여행과 행복한 웃음과 비싼 음식과 자동차와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와 함께 있는 사진 하나로 나는 열등의식이 한 개도 없이 완벽한 인간임을 만천하에 보여줘야 괜찮을 것 같다.
이 얼마나 비참한 외침인가.
열등감은 남들과 비교할수록 더 깊고 어두워진다.
나보다 잘난 누군가를 동경하고,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친구를 질투하며,
나보다 잘 사는 옆집·앞집·초등학교 친구·중학교 친구·대학 동창까지 모두 눈엣가시처럼 느껴진다.
왜 너네는 뭐가 잘라서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거지?
비교와 동시에 나는 너무나 초라해진다.
게다가 열등감은 예민함과 베스트 프랜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눈초리, 사소한 행동 하나조차 모두 나를 향한 화살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그들에게 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이성을 지배하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자신을 포장하게 만든다. 남들은 지네 인생 사느라 바빠서 나에게 신경 쓸 틈이 별로 없다는 걸 안다면 참 간단하게 벗어날 수 있는 예민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깊은 이면에는 예민함 역시 결국 나 스스로와 잘 지낼 수 없는 나로 인해 생겨난 시선임을 알 수 있다.
죽을 때까지 나랑 같이 잘 지내는 법을 배워가는 게 인생이다. 내가 못나고 맘에 안 들어도 함께 잘 살아보자고 마음을 먹는 순간 살만해진다. 하지만, 그 마음을 먹는 순간이 오기까지 겪어야 하는 인생의 경험이란 긴 여정이다.
아... 인생은 정말 피곤하다.
Francis Bacon의 작품은 솔직하다.
작가 자신이 얼마나 불안전하고 열등한지를 깊이 느끼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꾸미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나 자신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이건 사실 지금 시대에서 쉽게 낼 수 없는 용기이지만 나 스스로가 온전해지기 위해서 꼭 내야 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가 괜찮아지기 위해서 내야 하는 용기는 자존심과 체면을 내려놔야 하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가치에 관한 것이다.
이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내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놔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인가에 관한 질문 앞에서 용기보다 열등감이 앞서면 내가 온전해질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살면서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이들은 사실 돈이 얼마나 많은가 보다 자기 스스로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임을 아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그들에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단단한 기초와 삶의 기둥의 각이 잡혀있다.
그 각이 삶을 고급지게 한다.
공허함을 물질로 메꾸며 살기엔 삶은 너무 찬란하다.
그러니까 솔직해지자.
그게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진정한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