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정리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 사이에서

한숨 속에 담긴 얼굴들

by MamaZ

병원에 자폐 청년이 엄마와 함께 방문했다. 병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 한 분의 자녀가 자폐아라 그날 함께 온 모자는 같은 학교를 다녔던 지인이었다. 보통 자폐 환자는 전신마취를 하거나 온몸을 꽁꽁 묶어서 진료를 한다고 들었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고 또 아이가 잘 따라주는 편이라 그동안 모든 진료를 이 선생님께 받았다고 한다.


청년의 상한 이를 발치하려 마취 주사를 놓으려 하자 갑자기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격하고 흥분이 가득한 상태로 발을 굴렀고 자치 선생님의 머리를 발로 찰 수 도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를 꼭 잡고 눈을 마주 보며 아이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어하는 엄마는 아이의 팔과 다리를 잡는다.


그 이전에도 나는 그 청년의 엄마를 마주한 적이 있다. 그녀는 유난히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말투 정말 너무 고맙고 죄송해서 몸 둘 바 모르겠다는 태도는 오랜 시간 그렇게 해야만 했던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 몸에 베인 것이었다.


그녀의 죄송함과 고마움은 순전히 자폐를 가진 아이 때문에 무수히 내뱉어야 했던 말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맘이 아펐다.


뭐가 죄송할 일인가 싶었지만 막상 아이의 몸부림을 보니 죄송하다는 말 말고 뭐라고 주변에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낯선 이들의 시선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엄마가 세상을 향해 내뱉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정말 죄송하다는 말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슬픔이 밀려왔다.




다운신드롬 아이가 방문했었다. 아이의 치아는 말 그대로 엉망이었고 발치를 해야 했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아이는 온몸으로 저항을 했고 도망을 쳤고 소리를 질렀으니까 말이다.


그 누구도 널 헤치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무슨 수로 너에게 그걸 전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스페셜리스트에게 아이를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했다가는 애가 다칠지도 모르니까 전신 마취를 할 수 있는 병원에 보내야 가장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악을 지르며 울면서 병원을 뛰어다니는 아이를 붙잡고 엄마는 감사하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날의 자폐아 엄마처럼 말이다. 어딜 가도 주변에 피해를 준다는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던 부모는 죄인처럼 작은 일에도 너무 감사해하거나 죄송해한다.


괜찮아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 잘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이런 말들이 진심으로 그녀에게 와닿길 바랐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는 f가 들어가는 욕을 섞어가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틀니가 엉망이라며 내 앞에서 틀니를 뱉어내 보여준다. 나는 그녀를 잘 알고 있다. 윗니도 아랫니도 없어서 틀니가 필요한 그녀는 원래 나이보다 10살은 많아 보인다.


언제 머리를 감았을까 싶은 헝클어진 머리와 부정확한 발음 사이로 걸쭉한 욕이 계속 섞여 나온다. 그녀에게 틀니 가격을 말해주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돈은 없고 틀니는 필요한 그녀에게 나는 여러 병원에 가서 가격을 알아보라고 했다. 이곳저곳 다녀보면 또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병원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주 오랜 시간 새로 틀니를 할 수 없을 거란 걸 말이다.


엄마가 된 다음 단 한 번도 마음이 편해본 적 없을 누군가를 보고

철저히 단절되어 혼자만의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청년을 보고

성장해도 마냥 어린아이와 같을 아이도 보고

삶을 그냥 내버려 둔 여자도 본다.


그런 이들을 보면 깊은 한숨을 내뱉어 본다.

그 한숨을 병원의 찬 공기에 섞여 내보내고 다시 내 일을 한다.


삶은 지독하게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고 살아져야 하는게 또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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