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정리

The House I Used to Call Home

집이라 불렸던 그 곳에 작별을 고하다.

by MamaZ

K pop star라는 쇼였던 것 같다. 목소리가 참 예뻤던 20대의 여자가 House I Used to Call Home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 가사가 너무 좋아서 언젠가 이사를 하게 되면 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정든 집과 작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 내 집이 생겼던 곳이었다.
아이는 막 3살이 되었고, 우리는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을 시기였다. 그저 우리 집이라는 이유로 사랑하게 되었던 그곳에 남편과 나, 그리고 딸아이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지치고 피곤한 날도, 기분 좋은 일이 가득했던 날도, 슬픔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날에도 우리는 돌아가서 쉴 곳이 있었고, 그곳을 집으로 부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던 집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밥을 먹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눈으로, 몸으로 매번 확인했다. 딸아이 친구들은 우리 집에 간식이 어디에 있는지, 보드게임은 어디에 있는지 꿰고 있었다.
친구와 가족이 모여 고스톱을 치기도 하고 마작을 두기도 하고 그냥 비디오게임을 하던 날도 있었다.

슬픔으로 가득 찬 누군가가 오기라도 하면 식탁에서, 소파에서 함께 울었고, 기쁨으로 가득 찬 누군가가 오기라도 하면 우리는 같은 식탁에서, 같은 소파에서 함께 웃고 기뻐했다.


그랬던 우리 집에 들어서자 더 이상 우리 집이 아님을 실감한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집이 너무나 익숙한데, 너무나 낯설다.

우리는 이 익숙하고 낯선 곳에서 나초의 발과 코 프린트가 담긴 소포를 뜯었다.
그렇다. 나초는 이곳저곳에서 살았지만 이 집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

나초의 쿠션이 늘 놓여 있던 자리에 우리는 앉아 소포를 뜯고 한참을 울었고, 이내 찬양과 감사기도, 그리고 Will Jay의 House I Used to Call Home이라는 노래를 듣고 가족사진을 찍으며 8년 우리의 보금자리와 작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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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 here on this floor that I learned to crawl
And I took my first steps in the upstairs hall
Crazy back then how it seemed so big to me
I can still see the marks on the closet door
Mom and dad started measuring me at four
That was always my favorite spot for hide and seek
So to whoever lives here next
I have only one request
Promise me that you'll take care
Of the place that knew me best
I'll pack my memories and go
So you'll have room to make your own
Just be good to the house
That I used to call home


딸아이의 키가 마킹되어 있는 통로벽,
남편이 처음 집 공사를 시작했던 벽,
그리고 그 벽난로 뒤에 그려진 딸아이의 가족 그림,
딱따구리가 쪼아먹었던 나무 기둥,
로빈이 알을 낳았던 8각형 창문,

무성한 나뭇잎이 창문 한가득을 담겼던 내 작업실,
아침이면 너무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쓰고 시리얼을 먹었던 식탁,
종종 나무를 태우고 불멍을 때렸던 뒷마당,
동네에서 가장 튀던 앞문과 그라지 컬러.

우리는 이곳에서 웃고 울고 싸우고 또 웃고 울고 싸우기를 얼마나 반복했나.


이렇게 우리 인생의 한 챕터는 끝맺음을 하고, 새로운 챕터, 새로운 시작을 새 집에서 시작한다.

뭐가 우리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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