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May 21. 2023

The Most Amazing Teenager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더 싫었던 소식이었다.

여드름 자국이 듬성듬성 보이고 앞머리는 길게 늘어뜨려 눈을 가렸다.   친구가 가장 좋을 나이고 뛰어노는 게 좋을 나이고 이성이 궁금할 사춘기 소년이다. 그런 녀석이 교정을 하러 왔다. 교정기를 처음 부착하던 날 녀석은 내게 데빗카드를 건넸고 카드에는 녀석의 이름이 적혀있다.


"교정비를 네가 내는 거야?"

그러자 녀석의 엄마는 웃으며, 아르바이트와 용돈 받은 거 조금씩 모아서 교정을 하는 거라 했다. 앞으로도 매달 교정비는 녀석이 낼 거라며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어머머! 이제 열일곱인데 네가 교정비를 낸다고? 정말 대단한걸?  단 한 번도 고등학생이 자기 교정비 내는걸 난 본 적이 없어!  넌 정말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야 해! 너처럼 어린 나이에 스스로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아이는 커서 더 큰일도 할 수 있다고!"

나의 말에 녀석이 웃었다.  앞머리는 이마의 여드름과 눈을 가렸지만 커튼 열리든 앞머리가 열리고 광대가 솟아오르고 입가가 실룩인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난 녀석을 볼 때마다 "The most amazing teenager is here"라며 어깨를 토닥이며 반겼고 녀석은 날 보면 씩 웃었다.  나의 토닥임은 녀석에게 얼마나 '네가 멋진 녀석인지 알아'라는 시그널 같은 거였고 녀석의 웃음으로 나의 시그널을 받아쳤다.  2주 전에도 나는 녀석을 반기고 어깨를 토닥였고 녀석은 웃었다. 사춘기가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말이다.


지난 화요일 고등학생 4명이 차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온 지역에 전해졌다.

빨강불로 바뀌기 전에 건너려고 속도를 더내고 달렸던 그 순간 다른 방향의 차와 충돌을 한 것이다.  빠른 속도가 더해지며 차는 걷잡을 수 없게 컨트롤을 잃었고 고작 17세 18세였던 아이들이 사망하였다.

그리고 내가 어깨를 토닥이며 너 스스로를 늘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했던, 심지어 내 주변에게 그렇게 멋진 17살 아이는 처음 봤다는 이야기도 했었던 the most amazing teenager라고 불렀던 그 녀석의 얼굴이 뉴스에 나왔다. 사춘기가 가득한 얼굴로.


녀석의 소식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녀석은 너무 어렸고

너무 말도 안 되는 사고였으며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은 그림자처럼 매번 함께하며 삶을 틈틈이 노리고 있는 걸까?


The most amazing teenager라고 불렸던 녀석의 이름을 병원 차트에서 클릭하며 녀석을 사망했음이라고 적어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녀석의 다음 예약도 그대로 놔뒀다.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오늘은 당장은 하고 싶지 않다.

날씨가 맑아서 따뜻해서 라일락 향이 느껴져서 하고 싶지 않다.


비가 많이 오고 어둡고 축축한 날...

그때 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