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남편이 울어요.

: 사실은 나도 울었다.

by Hey Soon

❚눈물이 많아진 남편

나이가 들면 누구든 눈물이 많아지는가 보다.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 된 이후로 울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까지 하던 남편이지만 오십을 넘긴 요즘 남편은 부쩍 눈물이 흔해졌다. 그런데 남편의 눈물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루였다. 남편은 운전을 하다가 티슈를 찾았다. 한번 시작된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교회 온라인 예배

귀국 후 거의 2년 반 동안은 우리 가족은 우리 집 근처의 어느 교회라도 선뜻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염려한 탓도 있지만, 한국 교회의 예배 스타일이 내심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미국 유학 시절 다니던 미국 교회가 코로나 원년인 2020년 부터 온라인 예배를 시작했다. 귀국 후 거의 2년 반 가량 이곳 한국에서 변함없이 그 미국 교회의 예배를 볼 수 있었다. 다만 그쪽과 우리와의 시차가 거의 14시간~15시간이라 우리는 한 주 전에 녹화된 주일 예배를 시청해야 했다. 주로 일요일 밤에 유튜브에 녹화된 예배를 보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온라인 예배의 집중도가 조금씩 떨어졌다. 초저녁잠이 많은 탓에 한 시간 반 가량의 영어 예배에 집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남편은 아이패드로 다른 유튜브 영상을 보며 그냥 거기 소파에 앉아 있을 뿐 진정성 있는 예배를 보는 날이 별로 없는 듯 보였고 중2 아들은 오며 가며 가끔은 자기 방에 핸드폰 게임하며 온라인 예배의 소리만 듣는 날도 있었으며 고2 딸은 거의 참석하지 않고 자기 방에서 아예 나오질 않곤 했다.


❚한국 교회 적응기

신앙심이 얇아질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미국에서 다니던 교회의 미국인 목사님이 우리가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 살게 될 곳 근처에 괜찮은 교회를 미리 알아봐 주셨다. 그 교회를 가보기로 두 달 전부터 남편과 의논을 했다. 막상 괜찮은 교회라 추천까지 받은 곳이지만 한국 교회의 특유한 스타일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 예배의 소란스런 분위기는 나로서도 적응 불가였다. 격앙되고 지나칠 만큼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설교와 기도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우리가 다닌 미국 교회는 한국의 성당과 비슷하게 아주 차분한 예배의 시간을 갖는다. 그런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우리로서는 한국 교회의 그 감정적이고 시끄러운 음악이 뒤섞인 예배는 참 곤욕스러울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성인 예배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고 오케스트라와 성가대의 음악도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에 아주 좋았다. 결국 중2인 아들도 우리와 함께 어른 예배를 나가기로했다.


❚완벽한 타이밍

우리가 다니기로 한 교회는 기존의 목사님의 정년 퇴임 이후 이번 가을 새로운 분을 담임 목사로 임명했다. 새롭게 오신 그 분은 미국에서 석사 박사 공부를 하셨다고 했다.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신 분이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다니기 시작할 무렵 부임되어 오셨다.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신 분이 하시는 설교는 훨씬 귀에 쏙쏙 들어왔다. 설교 중간중간 미국 유학시절에 관한 일화는 더욱 더 그랬다. 기존의 감정에 호소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하던 예배와는 스타일이 완전 달랐다. 이번 주는 추수감사절을 맞이하여 ‘감사’를 주제로 설교하셨다.



❚감사함을 느끼는 법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미국 동부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할 무렵 학비 마련이 힘들어 학교에서 경고장을 여러 차례 받고 있던 가을 무렵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아르바이트로겨우 생활비만 마련될 뿐 밀린 학비를 낼 방법이 도무지 없었다고 하셨다. 외국 유학생으로 그것도 동부의 명문대의 학비는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을 터이다. 망연자실 그렇게 좌절과 슬픔에 잠겨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추수감사절인 아침 부인이 임신 테스터기를 사다가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고 했단다. 1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가량)도 부담이 되어 망설였다고 했다. 결국 부담이 되었지만 테스터기를 구입하기로 하고 테스트를 해보았다고 했다. 첫 아이의 임신 사실을 알고 두 부부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 불평, 좌절, 슬픔의 골짜기를 거치고 있을 때에도 하느님의 크신 계획은 항상 펼쳐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부로 감사하는 마음을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목사님의 진솔하고 절실했던 미국 유학 시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마음에 뜨거움이 올라왔다. 이미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옆에 앉아 있던 중2 아들에게 또 나이 든 할머니 같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겨우 눈물을 참고 있었다. 영어 표현 (‘fight back tears’)처럼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남편을 힐끗 바라봤다. 남편은 이미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있었다. 아마 남편은 내가 느낀 똑같은 감정과 이유로 그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목사님이 보내신 그 힘든 세월도 진정한 감사함을 느낄 줄 알게 되었다는 것도 너무 공감이 되었다. 목사님은 ‘이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함을 느끼는 법을 배웠다’는 사도 바울의 말처럼 목사님도 그런 삶의 지혜와 신앙심을 가지게 되셨다고 한다.



Phillips(빌립보서) 4:11-13

11.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I am not saying this because I am in need, for I have learned to be content whatever the circumstances.)

12.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I know what it is to be in need, and I know what it is to have plenty. I have learned the secret of being content in any and every situation, whether well fed or hungry, whether living in plenty or in want.)

13.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I can do all this through him who gives me strength.)


❚우리가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

1. 상황이 변하지 않아서

2.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해서

3. 채울 수 없는 욕망이 있어서




Ecclesiastes (전도서) 4:6

“Yet a very little food eaten in peace is better than twice as much earned from overwork and chasing the wind.”

(한 손에만 가득하고 평온함이 두 손에 가득하고 수고하며 바람을 잡으려는 것보다 나으니라.)


Jean-Baptiste de La Salle

“나는 그동안 수만명의 고해성사를 들었는데 그 중에 돈을 사랑한 죄를 고백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1 Timothy (데모데전서) 6:10

“For the love of money is a root of all kinds of evil. Some people, eager for money, have wandered from the faith and pierced themselves with many griefs.”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감사의 회복을 위해

1. 감사는 의지와 실천의 문제이다.


Phillips (빌립보서) 4:12

“I know what it is to be poor or to have plenty, and I have lived under all kinds of conditions. I know what it means to be full or to be hungry, to have too much or too little.”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모든 상황에 만족하는 능력을 가지려면 모든 상황에서 감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작은 일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2. 감사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에 관한 것이다.



Phillips (빌립보서) 4: 13

“I can do all this through him who gives me strength.”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내가 주님을 붙잡은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붙잡으셨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3. 감사는 상황 너머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Tim Keller

“You don’t realize Jesus is all you need until Jesus is all you have.”

(당신에게 남은 것이 예수님 밖에 없을 때에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당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예수님 한 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감사를 통해서 눈앞의 상황 너머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된다.

믿음의 감사는 그 어떤 것보다 하나님께 큰 영광과 기쁨이 된다.



❚남편이 울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오늘 아침 남편의 눈물은 ‘감사의 눈물’이었다. 나와 한 마음으로 그 목사님의 말씀에 ‘공감의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일요일 아침 가기 싫은 내색을 내비치던 남편이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운전해오는 길엔 감사함을 진정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참 감사한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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