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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새해 첫 감사 메시지

: 영어 신세계를 보여준 선생님

by Hey Soon

❚새해 첫 감사 메시지 하나

한 해가 저무는 것도 새해가 오는 것도 이젠 정말 별다른 느낌이 없어진 나이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아직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은 채 2학기의 끝자락을 여전히 살고 있는 중이라 더욱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토요일 저녁 언니, 여동생, 그리고 각자의 딸을 대동하고 고즈넉한 미술관 옆 카페에 앉아 마신 늦은 저녁 커피 때문에 잠도 달아난 상태였다. 식구들이 다 잠을 청하고 있지만 난 거실에 앉아 딴에는 새해 결심으로 책을 많이 읽겠노라 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킬 겸 책을 읽고 있었다.


살짝 졸음이 올려는 순간 카톡에 문자 알림이 떴다. 옅은 졸음이 싹 달아났다.


영어 신세계를 보여준 선생님이 나라고??

아부성 멘트일 수도 있지만 그 학생에게 쏟아부은 나의 열정을 생각하면 진정성 100% 멘트라는 생각이 든다. 2학기 들어 방과후 수업을 거의 일대일로 진행하다 시피 하면서 영어 공부와 영어 문법 이해, 단어 암기 방법 등 정말 세세할 만큼 나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다시피 한 수업이었다. 또렷한 눈망울과 꼭 성적을 올려야겠다는 그 학생의 의지는 교사인 나에게 어떠한 자극제보다 강력했다.


이렇게 새해 시작 4분 만에 찐감사의 메시지를 처음 받아 들고 나니 잠은 온데 간데 없이 달아나 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과외 선생님에 학원 선생님에 넘치고 넘치는 게 선생님이라 아무리 잘 가르친다 하더라도 별 감흥이 없는 게 태반이다. 물론 내가 잘 가르치는 영어 교사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혹여나 그렇다한들 감동의 메시지를 쓰는 아이는 전무후무하다. 따끈한 새해 인사 메시지로 감동을 준 제자는 있어 본 적이 없었다.


❚새해 첫 감사 메시지 둘

저녁 무렵 또 한통의 반가운 문자가 왔다.

작년 담임을 맡은 조용하고 착한 여학생이 보내왔다.

졸업한 후에도 내 생각이 났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작년은 유학을 끝내고 귀국 적응이 한창인 중이었고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열정이 아주 충만하던 해였다.

학교 원어민 선생님의 아버지가 캠브리지대 교수이셨다는 소리를 듣고 냉큼 온라인 인터뷰를 학생들과 강행하던 아주 열정적인 해였다. 아이 눈에 캠브리지대나 옥스포드대나 비슷비슷했던지 그 학생 문자에는 옥스퍼드라 썼다. 둘 다 영국 명문대이니 헷갈릴 만도 하긴 하다.

그 행사가 아이들에게 훗날 두고 두고 기억이 날 수 있었으면 했는데 이렇게 제자 한 명이 그 인터뷰를 인상 깊게 봤다고 해주니 그 또한 감사할 일이다.


지난 한 해는 나에게 참 의미가 있었던 해였던 것 같다.

부족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이제 또다시 한 해를 시작하는 새해 첫날이다.

올해는 또 어떤 귀한 인연을 만나고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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