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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06. 2023

#12. 책 맛을 보여준 적이 있나요?

: 아이에게 소리 내어 책 읽어줬더니(1부)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활용하기

아무래도 엄마표 영어의 가장 핵심은 어린 나이부터 가정에서 양육자가 영어 책을 읽어주거나 영어 노출을 많이 시켜주는 것으로 모아진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을 준비하면서 오신 엄마들에게 ‘자녀에게 책을 읽어 주면 좋다’는 일반적인 말만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보다 실제 데이터나 연구 논문을 가지고 말씀 드리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모임을 준비하면서 구글 학술검색을 활용해서 해외 논문을 최대한 많이 찾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어 교사보다 엄마표 영어 하는 엄마가 더 대단하다

비록 학교에서는 영어 교사지만 집에서는 엄마표 영어를 하는 엄마 중 한 사람이다. 다행히 영어 교육이 나의 분야라 엄마표 영어로 가는 진입장벽이 별로 높진 않았다. 다만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와 내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는 것은 참 다름을 절실히 느꼈다. 어쩌면 영어 교사의 일 보다 엄마표 영어를 하는 엄마의 일이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학교는 근무 시간에만 영어를 가르치면 되고 평가라는 무기를 들고 있기에 왠만한 학생들은 내가 하라는 걸 곧잘 한다. 그리고 일년 단위로 학생들을 맡다보니 학생들을 오랜 세월을 두고 지도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맡은 그 한 해를 잘 가르치는 업무가 주어 질 뿐이다. 엄마표 영어를 하는 엄마는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 어쩌면 휴일이 없는 장기 노동자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엄마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교육을 해야 하니 그게 참 죽을 맛이다. 이런 고충을 매일 겪고 있는 전국의 엄마들 특히, 엄마표 영어까지 하고 계시는 엄마들에게 그 수고와 노력에 대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에게 책은 너무 소중한 인풋(Input)

아이가 타고난 성향과 엄마가 꾸준히 들여야 하는 정성이 잘 어울어져야 비로소 아이는 책을 좋아가게 되는 것 같다. 가끔 엄마표 영어를 하는 나 같은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은 타고난 성향 부분의 요소을 감히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대단한 엄마표 영어를 하는 사람도 그것을 거슬러 아이의 성향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며 모든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에게 책은 너무 소중한 인풋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서서히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타고난 성향이 어떠하든, 부모의 정성이 어떤 식으로 열매를 맺을진 모르지만, 우리의 정성이 참 미련스럽게 보이더라도 부모라는 이유로 우린 그 일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 안 읽는 아이  

TV가 도입되던 1950년대 영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 (Himmelweit & Swift, 1976)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팀은 13-14세인 24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13-14세에 한 번, 24-25세에 한 번 그리고 32-33세에 한 번 총 세 번에 걸친 종단 연구를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대에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역시나 20대에도 30대에도 여가 활동으로 독서를 즐기진 않았다고 한다.     


한편, Whitehead,Capey,Maddren & Wellings (1977) 연구에서는 8000명 영국 어린이들이 독서를 얼마나 즐기는지 조사를 했다. 10세 그룹의 경우 9%의 아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을 읽는 다고 설문했지만 14세 그룹의 경우는 40%나 달하는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결과를 좀 더 쉽게 풀어 말하자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을 안 읽는 아이가 10명에 1명 정도는 되는 아주 극소수인 셈이었지만 중학생이 되면 2명 중 1명은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이다.



사실 책 읽기를 무척 즐기던 우리 둘째도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책 읽기를 소홀히 하는 게 눈에 띄게 나타났다. 내가 담임을 맡고있는 중3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는 거의 전무후무하다. 물론 학원 숙제 때문에 독서 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지만 여유로운 기간이라 하더라도 책을 들고 와서 읽는 학생은 정말 30명 기준 한두 명 정도 뿐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 나이의 아이는 혼자 책을 읽는 재미보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하는 재미를 배우는 시기인 것 같다.      


이런 시기가 왔을 때 엄마인 나의 마음은 사실 불편해진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으니 그저 지켜 볼 뿐이다. 다행히 책 읽기에 다소 소홀해진 아들도 긴 겨울 방학이 되니 요즘은 자발적인 독서를 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변화에 대해 너그러워 질 줄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읽는 아이  

책 안 읽는 아이들은 결국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아이로 어느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Neuman, S. B. (1986)은 책 읽기에 열심인 10명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생후 6개월 정도부터 부모가 낮잠을 자거나 잠자리에 들 때 매일 책을 읽어 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책 읽기를 싫어하는 12명 중 11명은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 했다고 한다.      

한편, Duursma, Augustyn & Zuckerman(2008)의 연구에서도 아주 어릴 때부터 책 읽어 주기 경험을 한 아이는 4-5세 (우리나라 나이로 하면 6-7세, 초등학교 입학 하기 직전)에 그런 경험을 하지 못 한 아이에 비해 이미 책에 대한 흥미를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들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문해력과 어휘력과 같은 언어 발달에도 기여를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 아이 간의 유대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Denton, K., & West, J. (2002)의 연구는 유치원 후반기와 1학년 후반기의 2만명 아이들을 대상으로 읽기 평가를 실시한 결과 유치원 입학 전부터 일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부모가 책을 읽어 준 아이들의 성적이 더 우수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엄청난 숫자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신뢰도가 높은 연구 결과이다.      


이쯤 되면 아이가 어릴 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책을 읽어주지 못한 부모님들은 참 미안해질 것 같긴하다. 하지만 다행히 Pitts, S. K. (1986)의 연구는 심지어 대학생들도 13주간 매주 1시간씩 소리내어 책 읽어주는 활동과 작품에 대한 토의를 경험한 이후 양질의 책을 더 많이 대출해 갔고 에세이 평가에서 더 우수해졌다고 밝혔다.      


참 위안이 되는 연구 결과이다. 전 세계 읽기 혁명을 일으킨 교육학자 Steven Krashen은 그의 저서 <The Power of Reading: 읽기 혁명, 2004>에서도 인생의 언제라도 그런 첫 키스와 같은 황홀한 첫 독서의 경험이 있으면 아이는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가 그 시절 못 해줬다 하더라도 영원히 아이가 독서와 담을 쌓는 일은 없으니 부모로서는 안심이 되는 연구 결과이다.


위 내용에 관한 유튜브 영상입니다. ^ ^

https://youtu.be/XhLowfj1iWU


https://youtu.be/LCThQHqfX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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