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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06. 2023

#13. 영어책 맛을 아는 아이

: 아이에게 소리 내어 책 읽어줬더니(2부)

❚ 책 읽어 주기의 마법

이번 조사를 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Massaro, D. W. (2017)의 연구 논문에는 유치원생이나 읽는 수준의 그림책이 과연 얼마만큼의 언어 발달을 가져오게 하는 지에 대한 분석을 해놓았다.

1) 세 가지 쌤플의 그림책의 이야기

2) 유치원생들의 또래 집단과의 대화

3) 유치원생이 부모와 나누는 대화     


위의 세 가지 매체에 있는 문장들을 비교했을 때 그림책의 이야기는 어휘와 인지적 복잡성을 측정하는 다섯 가지 도구에서 다른 두 가지보다 월등히 높았다. 세 개의 샘플 그림책의 평균 점수는 4.2로 이는 4학년의 읽기 레벨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편 또래 대화는 1.9였고 어른과 대화는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 밥이 작은 그림책이 하더라도 아이에게 읽어주었을 때 그 위력은 대단하다 할 수 있다.     


한편, 위 연구 논문은 읽기 뿐 아니라 교육적 영상 매체 역시 이런 어휘력이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혔다. 영어로 진행되는 TED Talk은 유튜브에 이미 많이 알려진 플랫폼이다. 영어 학습자들에게 특히 책 읽기를 소홀히 하는 십대들에게 이 TED Talk과 같은 교육적인 영어 영상물도 어휘력과 인지적 복잡성을 이해하는 역량을 키우는데 좋은 매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Massaro, D. W. (2017)

 영어책을 생후 6개월부터 읽어줬더니

위의 연구 논문들의 결과들은 사실 우연의 일치라 하기에는 우리 집 아이들 이야기와 너무 딱 들어 맞는다. 영어 교사인 나는 둘째를 낳고 거의 2년 반을 휴직했다. 휴직 기간 아이들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리라는 다짐의 표시로 영어책 읽어 주기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물론 우리말 책도 읽어줬지만 특히 둘째에게는 이중언어 노출을 위해 참 애를 많이 쓴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서지도 못하는 생후 6개월 아이를 위해 바닥에는 늘 영어 책을 주욱 깔아 놓았다. 덕분에 둘째는 배밀이를 시작하면서부터 영어책을 나에게 들고 와 나보고 읽어달라는 주문을 늘 했었다. 짧은 유아용 영어책이라 금방 끝이 나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달라 떼를 썼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도 쭉 아이의 잠자리 루틴은 우리말 책과 영어책을 적어도 20분 정도는 읽어주는 것으로 했었다. 직장 맘이 되고 나서는 책을 읽어 주면서 잠꼬대처럼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오히려 나를 깨우곤 했었다. 자야될 아이들은 안 자고 내가 책을 읽어 주면서 먼저 꾸벅꾸벅 조는 꼴이 되곤 했다. 매일 저녁 거의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낼 시간이지만 정말 미련스러울 만큼 꾸준히 그 루틴을 둘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한 것 같다.      


❚ 우리말 책 즐기는 아이, 영어책도 즐기더라

덕분에 아들은 책 맛을 좀 알게 되었다. 미국에 가서 지내면서도 그 맛을 찾았다. 대부분 주위의 책이 영어라 그때부터는 영어책 맛을 진정으로 알아가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읽어준 영어 책이 많았기에 아들에게 영어책은 별다른 신세계는 아니었다. 다만 이제 초등 2학년이 될 즘부터는 혼자 읽기독립을 하면서 스스로 책을 즐겁게 읽는 아이가 되었다.      


 ❚ 우리 아이 영어책 좋아하게 하고 싶으세요?

요즘 겨울 방학 기간에도 많은 여가시간에 책 읽는 시간을 매일 루틴으로 하고 있다. 이제 어엿한 중3씩이나 되어서 내가 간섭을 시시콜콜 할 수도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굵직한 규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아이가 알아서 시간을 보내도록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      


아들과 합의를 한 두 가지 규칙은 다음과 같다.


일어나서부터 낮 12시까지 폰은 반드시 거실장 위에 두기.

저녁 9시 이후에는 잘 때 까지 책 읽는 시간으로 사용하기.     


이 두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그러면 낮 12시부터 저녁 9시 까지 기간은 폰 사용에 대한 단속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낮 시간의 상당부분은 밖에 농구하러 가고 초저녁 시간은 학원 2시간 반으로 채워지는 편이라 핸드폰을 오래 붙들고 있을 시간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겨울 방학 초반에는 못 한 핸드폰 게임에 열을 올리며 한창 몰입을 하더니 방학 한 달이 다 지난 요즘은 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책 맛을 본 아이는 그 맛을 잊지 못 한다 마치 엄마의 손맛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폰을 사용해도 되는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폰 게임을 하지 않고 미국 작가 Rick Riordan이 쓴 판타지 소설 시리즈 <The Heroes of Olympus>에 한창 몰입해서 읽고 있다. 이 열풍이 지나고 나면 잠시 소강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진정한 엄마표 영어는 융통성과 인내심에 있는 것 같다. 책이 즐거워 질 때와 책을 멀리할 때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그런 싸이클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부모의 뜻대로 움직일 아이도 없다. 하지만 거의 20년간 육아를 하고 있는 나의 경험으로 다음의 당부를 해주고 싶다.   

   


하루아침에 되진 않는다는 걸 잊지 말기

가늘고 길게 은근하게 스며든다는 걸 기억하기

아이의 성향이 있다는 걸 잊지 말기

아이마다 인지적 폭풍 성장의 시기가 다르다는 걸 잊지 말기

아이가 책을 멀리하는 게 무조건 부모의 잘못이나 부모 탓은 아님을 기억하기

조금이라도 책을 읽어줘 보기.

아예 책 안 읽는 아이로 취부 하거나 아이를 포기하지 말기     



 ❚ 엄마부터 영어책 읽기를 즐기면 됩니다.

우리 집 거실은 보통의 가정집과 다른 특이사항이 하나 있다. 넓은 집은 아니지만 6인용 식탁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주방에 하나는 거실에 놓여 있다. 손님이 많이 올 때 주방의 식탁은 어른용 식탁이고 거실의 것은 아이들용 식탁으로 쓰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의 서재로 쓰인다. 거실에 위치한 큰 테이블에 앉아 나는 주로 읽고 쓰는 엄마 역할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일하면서 아들에게 무심한 척 하며 아들이 뭐 하는 지를 대충 모니터 할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 읽고 쓰는 엄마를 옆에 둔 아들은 자연스레 여가 시간에 읽는 아들로 성장하는 것 같다. 엄마부터 읽는 걸 즐기면 아이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독서 환경이 된다.      



“When parents hold positive attitudes towards reading, they are more likely to create opportunities for their children that promote positive attitudes towards literacy. they can help children develop solid language and literacy skills. When parents share books with children, they also can promote children’s understanding of the world, their social skills and their ability to learning coping strategies”(Duursma, Augustyn & Zuckerman, 2008, p. 556).     

“부모의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아이들에게도 그런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부모의 독서에 대한 태도는

아이들의 언어와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부모가 아이와 책 읽기를 함께 할 때,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사교성과 세상을 헤쳐나가는 능력도 함께 기를 수 있다.”               



❚ 참고문헌:

-Denton, K., & West, J. (2002). Children's reading and mathematics achievement in kindergarten and first grade.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Office of Educational Research and Improvement, US Department of Education.      


-Duursma, E., Augustyn, M., & Zuckerman, B. (2008). Reading aloud to children: the evidence. 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 93(7), 554-557.     


-Himmelweit, H., & Swift, B. (1976). Continuities and discontinuities in media usage and taste: A longitudinal study. Journal of Social Issues, 32(4), 133-156.§Pitts, S. K. (1986). Read aloud to adult learners? Of course!. Reading Psychology: An International Quarterly, 7(1), 35-42.     


-Krashen, S. D. (2004). The power of reading: Insights from the research: Insights from the research. ABC-CLIO.     


-Massaro, D. W. (2017). Reading aloud to children: Benefits and implications for acquiring literacy before schooling begins.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 130(1), 63-72.     


-Neuman, S. B. (1986). The home environment and fifth-grade students' leisure reading. The Elementary School Journal, 86(3), 33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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