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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Aug 10. 2023

#28. 엄마표 영어 스터디 열번 째 모임 후기

: 새로운 움직임을 위한 가장 결정적인 것

❚여름휴가 한 중간

고3 엄마라 그런 건지 마음이 늙어버린 건지, 미국 유학 후 귀국을 하고 와서는 집을 떠나 여행가는 계획을 좀처럼 세우지 않는다. 솔직히 여행이 주는 즐거움보다 나만의 이런 저런 일을 해내면서 가지게 되는 즐거움이 더 크다. 미국 생활을 하고 귀국 이후 이젠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더 짙어진 것 같다.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이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레임은 이제 내 마음에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외부로의 여행보다는 지금 이곳, 내가 머무르는 이곳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더 신선하고 즐겁다. 그래서 요즘 나를 찾고 있는 여행에 열심이다. 엄마표 영어 스터디는 그런 여행의 한 코스이기도 하다.      


지난 토요일 열 번째 스터디 모임이 잡힌 아침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더위가 스멀스멀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한 멤버 분이 조심스레 개인 톡을 넣으셨다.      

“굳모닝인가요? 더위가 절정이네요. 오늘은 휴가 가신분들이 많은가 봐요. 휴강 고민하시면 흔쾌히 하셔도 됩니다. 혹시나 해서 톡보내요.”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스터디 앞부분에 생활영어 표현과 오늘의 격언을 소개하기로 하신 분이 모처럼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셨을 터인데 갑작스런 모임 취소는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비록 휴가철 한 중간에 하는 스터디라 출석률이 낮더라도 그런대로 우리끼리라는 오붓함이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오늘은 처음으로 우리 모임에 문을 두드리신 분도 있고 해서 무더운 토요일 아침이지만 게으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스터디 모임 장소로 갔다. 혼자 하는 공부였으면 쉽게 진즉에 포기했으련만 여럿이 함께 하는 스터디는 포기도 마음대로 하지 못 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는 것 같다.     


❚빵과 아이스커피, 그리고 음료

아이들 아침이며 점심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하기에 매번 후다닥 서두르는 토요일 오전이다. 다행히 이젠 남편이 먼저 모임 장소에 가서 환기며 에어콘을 틀어놓는 수고는 해준다. 덕분에 오늘은 여유롭게 가는 길에 빵가게를 들러 갓 구운 빵을 조금 사들고 들어섰다. 이미 몇 분이 일찍 오셔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계신다. 난 그 순간의 그 바이브가 참 좋다. 아무런 이해 관계도 없이 그저 배움이라는 순수한 목적을 위해 우리는 그 곳에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참 좋다.    

  

내가 스터디 진행을 위해 노트북을 설치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알아서 음료며 다과 등을 잘 세팅해주신다. 물론 끝날 때에도 누군가가 알아서 접시며 이런 저런 뒷정리를 해주신다. 내가 담임하고 있는 중3 아이들은 내가 일일이 시켜야 겨우 움직인다. 중학생 아이들과 어른들과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이다.

감사하다.  

     

❚새로운 멤버

오늘은 정말로 스터디 멤버의 평균 연령보다 10년 정도 높으신 분이 문을 두드리셨다. 참 고상하고 자상하고 우아해 보이셨다. 영어를 배우는 것을 거의 평생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쭉 하고 싶다며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참 남다르셨다. 새로운 멤버가 지켜본다는 느낌, 우리가 해오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느낌은 나름 신선했다. 마치 참관 수업을 진행하는 듯한 가벼운 긴장감도 있었지만, 우리는 여느 때처럼 스터디 하다 가벼운 농담을 서로 주고 받다가 또 스터디를 몰입한다.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첫 스터디를 마친 후 새로오신 분의 소감을 살짝 들었다. 그분은 아주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지으시면 앞으로 쭉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셨다. 비록 연령의 차이는 있지만 배움의 열정 만큼은 젊은이의 그것 이상이셨다. 배움의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라 스터디가 앞으로 롱런 하기에 많은 동력을 얻을 것 같다.     

 

❚새로운 움직임을 위한 결정적인 것

오늘 스터디의 끝자락에 <How to start a movement>라는 TED 영상을 시청했다.

https://youtu.be/gxFt1BZiMTw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할 때는 리더의 역할보다 최초의 팔로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최초의 팔로워들은 외로운 미치광이를 리더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요소라고 한다.


어쩌면 나의 스터디 모임에서 열 번의 모임을 함께 해온 최초의 팔로워들 덕분에 오늘처럼 또 새로운 팔로워가 생기는 것 같다.           


❚또 한 번의 스터디

이제 열번째 스터디를 했다. 하지만 역시 또 한 번의 스터디였다. 매 번의 스터디를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하면 언젠가는 100번 째 스터디를 했다고 글을 남기는 날도 오겠지?     




위 TED 영상에 대한 자세한 정리는 제 브런치 매거진: <영어 한스푼>에 해두었습니다.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e2e84cb0ecaa4d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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