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나의 첫 미국 대학교 아르바이트

: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한데 돈까지 준다니!

by Hey Soon

❚미국 대학교 첫 아르바이트: 쓰기 센터 (Writing Center)

첫 학기의 학비 고민은 끝내 해결되지 못 한 채 2학기가 시작되었다. 도서관은 수업 전 주로 머물던 나의 아지트였다. 도서관 2층에는 쓰기 센터(Writing Center)가 있었다. 그 쓰기 센터에서 일하는 라이터(Writer: 교정 봐주는 아르바이트생)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았다. 심지어 쓰기를 별로 많이 할 것 같지도 않은 공대 유학생도 라이터로 일하고 있었다. 많은 유학생이 그곳의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그곳을 찾는 학생들의 절반은 현지 미국인 대학생들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현지 미국 학생들이라도 그들의 쓰기 솜씨는 형편없는 경우도 많다. 외국어로 영어를 배운 나로서는 모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영어 글쓰기를 힘들어한다는 게 다소 의아스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말을 잘 구사하지만 모두 다 글을 잘 쓰는 건 아닌 것처럼 영어가 모국어인 그들 사이에도 글을 잘 쓰는 것 또한 별개의 문제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도 교수님은 내가 한국에서 영어 교사를 했으니, 쓰기 센터에서 라이터로 학생들의 원고를 봐주는 일을 권했고, 그 자리에 나를 추천해 주셨다. 하지만, 유학을 시작한 지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던 당시 나는 ‘길가는 아무 현지인이라도 나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는 생각을 하며 나의 영어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나의 영어 실력은 남의 글을 고쳐줄 정도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쓰기 센터에는 프런트 데스크 스케줄 관리자 (Front Desk Representative: 신청 학생의 스케줄 관리 및 전반적 운영 관리)도 모집했다. 그 일을 하면서 현지 젊은 학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을 거 같아 그쪽으로 지원을 해보기로 했다.

❚즐거운 대화 같은 면접 (Job Interview)

비록 시급은 7달러 정도의 일자리이지만 지원자들에 대한 개별 인터뷰는 필수였던 모양이다. 도서관 2층 빼곡히 늘어선 수많은 책장을 지나 미로의 통로처럼 센터장의 사무실이 있었다. 그 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쓰기나 말하기라면 도가 트인 그 센터장과 부센터장이 나란히 앉아 번갈아 가며 나에게 영어로 질문했다. 대화 초반에는 일상적인 출퇴근길 도로 상황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프런트 데스트에서 일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같은 업무 관련 질문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예약한 시간에 늦은 학생을 어떻게 Writer와의 미팅 시간을 조정할지’, ‘주어진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데도 Writer와 학생 간의 미팅이 길어질 때 어떻게 시간을 조정시킬지’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하며 질문을 해왔다.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를 거의 10년 넘게 한 나로서는 그런 상황 처리는 이미 몸에 익숙하다. 나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을 차분히 설명했다. 인터뷰는 거의 30분 동안 이루어졌다. 다른 지원자들보다 나이가 많은 나는 소위 ‘연륜’이 깊은 덕분으로 쉽게 그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시간당 최저 임금이다 보니 경제적 도움은 별로 되지 못하는 일자리였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그저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그 일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첫 파트 타임 오리엔테이션 & 나의 새 맥북

이메일로 합격 통지를 받고 학기가 시작되기 한 주 전에 오리엔테이션 참석을 알려왔다. 교내 모든 Writing Center에서 일하게 될 Writer와 프런트 데스크 알바생이 모두 모여 두어 시간의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물론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아마도 그 센터장이 나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았다. 하지만 미국은 나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기에 나는 나의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그곳의 젊은 바이브를 한껏 즐겼다. 세 시간가량 진행된 그 오리엔테이션 동안 간단한 게임도 있었고 쓰기와 관련된 진지한 프리젠테이션도 있었다. 센터장의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즘 한국에서 가져간 노트북이 고장이 나버렸다. 반 친구 대부분은 맥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첫 학기 전공 수업을 들으며 맥북이 아닌 나의 노트북으로는 동영상 편집과 파일 공유 같은 것이 좀 힘들었다. 큰맘 먹고 맥북을 마련했다. 완전 새 노트북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가져간 노트북을 보란 듯이 짠~하고 펼쳤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 산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완전 새 노트북을 사놓고도 세세히 들여다볼 시간도 없이 그냥 들고 온 탓에 전원 버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온 거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인도계 남학생에게 물었다. “내가 새로 산 노트북인데 이거 어떻게 켜??” 참 어이없는 질문이 아닌가? 부끄러움은 그저 사치품이다. 나는 그런 건 한국에 두고 갔다. 정말이지 현지의 생존을 위해 나는 질문만큼은 두려움 없이 훅 던지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그런 상황이면 그저 혼자 낑낑댔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질문하는 걸 세상 싫어하는 한국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 생활 기간 생존을 위해 나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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