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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Jul 21. 2022

수평과 수직의 의존, 반전의 원.

직사각형이란 수평과 수직 중 어느 한 편이 우세하다는 겁니다. 어쩐지 정사각형에서 볼 수 없었던 긴장이 추가될 것 같습니다. 평면의 수직적 경계는 수직선의 따뜻함이, 수평적 경계는 수평선의 차가움이 점령하지만 이들 중 우월한 쪽이 직사각형의 기본 울림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정사각형은 객관적이어서 조형 요소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직사각형은 그럴 수 없습니다. 직사각형은 수직형과 수평형에 걸맞은 울림으로 평면을 채웁니다. 조형 요소는 이 울림과 섞일 수밖에 없고, 평면에 따른 변조는 자연스러운 일인 겁니다. 


칸딘스키는 직사각형에 두 유형이 있다는 건 정사각형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니 염두에 둘 것을 당부하며 다음 설명을 이어갑니다. 옆으로 긴 수평형의 직사각형은 위쪽 경계가 양쪽 변의 경계보다 깁니다. 이는 위쪽의 특성인 자유로움이 충만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자유는 주어진 가능성을 안고 활기 띠는 듯하지만 곧바로 저지당합니다. 양쪽 변의 짧은 길이가 윗변의 활성화를 막는 겁니다. 


그런데 수직형 직사각형에서는 이와 반대입니다. 위아래로 긴 사각 평면에서 위를 향한 기운은 더 탄력을 받습니다. 실제보다 오히려 더 홀쭉해 보이기 쉬운데 양쪽 변에 외부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양변을 탄탄하게 세워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위를 향한 자유로운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준 격입니다. 덕분에 수직형 직사각형에는 경쾌함이나 가벼움이 깃들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칸딘스키가 얻은 결론은 직사각형을 이루는 수평선과 수직선은 서로 의존관계에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직사각형에는 길이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하게 됩니다. 


변형된 사각형에는 둔각과 예각이 등장합니다. 각의 배치는 평면의 기본 성향을 나타냅니다. 각도에 따라 자극과 억제라는 상반된 감정이 조절되어 표출되고, 그 밖의 다각형은 복잡하게 모양을 낸 것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칸딘스키는 다각형을 기본 형태에 소속된 것으로 본 겁니다. 즉 삼각형, 사각형, 원의 성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각형의 변형: 자극적인 평면(실선), 억제되는 평면(점선)
복잡한 다각형


사각형에서 오각형, 육각형 등등 각이 많아지면 평면의 모서리는 무뎌집니다. 이것이 지속되면 모든 게 사라지고 결국은 원이 생성됩니다. 이처럼 칸딘스키는 원을 각의 소멸로 봤습니다. 원은 단순하지만 복잡한 평면입니다. 이 반전의 논리는 각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원이 단순하다는 근거는 경계의 압력이 비교적 일정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사각형의 경계는 위치에 따라 압력이 다르다는 것을 상기하면 원의 경계는 독특한 겁니다.


원이 복잡한 이유는 위쪽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슬그머니 성격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른쪽과 왼쪽도 점진적으로 아래쪽화 됩니다. 그러므로 네 개의 정점에서만 감각적인 뚜렷한 울림의 표출이 가능합니다. 칸딘스키는 이 정점을 1, 2, 3, 4로 표기하여 설명합니다.

 

원의 정점에서 비롯된 대립 관계 


1-2는 조금씩 제한되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1에서 부여받은 최고치의 자유가 2를 향하면서 저지되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선분 2-4를 지나는 동안 저항하다가 스스로 폐쇄해 버립니다. 4-3과 3-1은 자유를 향한 흐름으로 1에 이르면 다시 최상의 자유를 얻게 됩니다. 비로소 원의 순환이 완성되는 겁니다. 


이러한 1, 2, 3, 4의 긴장에서 칸딘스키는 사각형의 긴장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원에는 사각형의 긴장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고 나아가 이들의 긴장이 같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원에 균등한 힘을 가하면 타원형이 나타납니다. 타원 역시 각이 없는 원으로써 다각형처럼 자유로운 형태에 속합니다. 자유로운 변형이란 한계가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도 기본 원칙이 있다는 게 칸딘스키의 원론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형태라 할지라도 그 이면에는 기본 원칙이 있는 법이니 이것을 알아차리는 게 핵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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