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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Jul 04. 2022

평면의 꿈

칸딘스키는 경계마다 파생되는 저항력을 조합함으로써 평면의 무게를 산정해냅니다. 이는 단순한 그림이 되어 나타납니다. 검은색은 무겁고, 흰색은 가볍고, 줄무늬는 중간 무게를 뜻합니다. 


평면의 무게 분담


이렇게 평면이 지고 있는 무게를 등분한다면 수직 수평으로도 나눌 수 있지만 대각선으로 자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나타난 두 개의 대각선은 칸딘스키에게 조화와 부조화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두 대각선 중에서 조화로운 것을 가려낸다면 어떤 것을 지목하겠습니까? 사람들의 감정은 공통분모가 있어서 대다수가 편안하게 여기는 평면의 크기와 비례, 분할 등이 있습니다. 분명 우리의 느낌을 좌우하는 데에 무게의 분담도 관여할 겁니다.  칸딘스키는 감정을 조절하는 단서가 있을 거라고 믿고 이를 밝히겠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다음 그림에 대한 칸딘스키의 해석은 흥미롭습니다. 


조화로운 대각선
부조화의 대각선


그림의 삼각형 abc와 abd에는 각각의 중량이 있습니다. 전자가 후자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는 꼭짓점 d에 집중된 무게에 있습니다. 이것은 무게에 의한 압력이 d에 밀집된다는 의미입니다. 칸딘스키는 d의 압박이 a를 움직이게 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대각선 da는 꼭짓점 a로부터 위로 올라가려는 성향이 있다는 겁니다. 


반면 삼각형 abc의 대각선 cb는 조용히 정지된 상태입니다. da에는 위로 향하려는 긴장이 첨가되지만 cb에는 정해진 긴장만 있는 겁니다. 그래서 칸딘스키는 cb를 서정적인 긴장으로, da를 극적인 긴장으로 규정합니다. 물론 모든 긴장에는 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회화 작품의 성향을 드러내는 신호수 역할은 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칸딘스키는 평면의 어떤 부분이든 각기 개성이 있고, 고유의 목소리와 색깔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에 이와 같은 분석이 가능했던 겁니다. 그는 이러한 분석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 방법적인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우선 칸딘스키는 선에서 면으로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고, 선과 면의 성질이 병합되는 형태를 찾습니다. 그 결과 뾰족한 뿔처럼 생긴 형태가 지정됩니다. 이 형태를 평면 중에서 가장 객관적이라고 여기는 정사각형 위에 올려놓는데 두 가지로 실행됩니다. 하나는 수직과 수평에 따라 형태가 놓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각선 방향으로 놓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칸딘스키는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붙여 놓았습니다. 


A-I. 수직적 위치. 고요함, 따뜻함.
A-II. 수평적 위치. 고요함, 차가움.


A는 대립되는 두 쌍이다. 특히 A-I의 예는 최상의 대립을 나타내는데 왼쪽의 형태가 가장 부드러운 저항을, 오른쪽의 형태가 가장 격렬한 저항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A-II에서 대립은 줄어든다. 양쪽 형태 모두 저항의 힘이 약하고, 둘 사이의 긴장 차이도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  


A의 두 쌍은 평면에 대하여 평행 관계를 이루는데 이것은 외적인 평행이다. 이유는 이들의 긴장이 평면의 경계를 상대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평면의 내적 긴장과 조합하려면 대각선의 방향이 필요하다. 이 역시 두 쌍의 대립을 불러온다. 


B-I. 대각선의 위치. 부조화.
B-II. 대각선의 위치. 조화


B의 대립 역시 A와 마찬가지로 대립된 두 쌍의 관계를 보여준다. B-I의 왼쪽 형태는 평면의 가장 약한 각을 향하고, 오른쪽 형태는 가장 견고한 각을 향하고 있어 최고치의 대립이다. B-II에서 대립은 절제된다. 

그러나 A와 B의 유사성은 여기까지이다. B의 형태들은 제각각 평면의 내적인 긴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상의 네 쌍은 콤포지션의 기초적인 구성 방식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형태의 주된 방향이 정해지고 발전되는 겁니다. 즉 정해진 방향에 따라 움직이거나 반대로 진행되어 여러 가지 다른 양상을 파생시킬 수 있습니다. 또 이 모든 것을 회피하거나 아예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구성의 가능성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말해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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