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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Jun 30. 2022

막중한 대각선

정사각형의 대각선 기울기는 45°입니다. 이보커지거나 줄어들면 정사각이 아닌 직사각형이 됩니다. 즉 대각선의 기울기가 평면의 모습을 변화시킨다는 말입니다. 대각선은 수직선과 수평선 중 어떤 한쪽을 선택하여 기울어집니다. 이 가운데 칸딘스키는 대각선이 외형을 결정짓는데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긴장의 정도까지 관여한다고 말합니다. 즉 대각선이란 긴장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와 같다는 겁니다. 


대각선의 축


수직형과 수평형은 대각선의 방향에 따른 명칭입니다. 일반적으로 수평형 사각 화면을 풍경화에, 수직형 사각 화면을 초상화에 적용하는데 여기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어져 온 관습과 같은 겁니다. 이를 두고 칸딘스키는 평면의 내적인 긴장이 고려되지 않은 경우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냅니다. 


평면의 긴장도를 나타내는 대각선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여파는 개개의 조형 요소까지 밀려옵니다. 평면 위에 있는 모두의 긴장은 주어진 평면과 긴밀한 협동으로 이루어지기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면의 대각선에 변화가 온다는 건 평면의 근본 틀이 바뀐다는 말이고 긴장의 축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효과 덕에 조형 요소들은 평면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른 색채의 옷을 입게 됩니다. 여러 형태로 이루어진 복합체들 역시 평면의 형태에 따라 위쪽으로 쏠리거나 아래로 밀집될 수 있고, 길게 상하로 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칸딘스키는 화면의 크기를 잘못 선택하면 비록 좋은 의도로 이룬 질서라 해도 거부감을 불러오는 무질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와 같은 말을 남깁니다. 


여기에서 칸딘스키가 지적한 질서란 이러저러한 계산 아래 정해진 방향에 맞추어 조형 요소를 놓는 수학적인 구성의 조화로움 그리고 반대 요소를 부딪치게 하는 대립의 원칙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회화에서 익히 사용되는 구성 법칙입니다. 위로 향하려는 조형요소를 가지고 펑퍼짐한 평면을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칸딘스키는 이러한 경우를 염두에 두라고 조언한 겁니다.    


정사각형에는 두 개의 대각선이 있습니다. 이 선을 교차시키면 접점이 생깁니다. 이곳이 정사각 평면의 중심이 되는데 여기를 통과하도록 수평선과 수직선을 그리면 네 개의 평면이 생깁니다. 칸딘스키는 이 네 개의 평면을 통하여 긴장에 대한 관계를 분석합니다. 우선 네 평면의 꼭짓점 중에서 중심에 있는 꼭짓점들은 중앙으로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긴장이 풀려나오고,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같은 긴장의 균형을 이루며 중앙에서 다시 만난다는 단순한 구조를 밝힙니다. 칸딘스키는 이러한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꼼꼼한 해석을 남겨 놓았습니다. 


중심에서 출발하는 긴장

숫자 1, 2, 3, 4는 경계의 저항력을 의미하며 알파벳 a, b, c, d는 평면을 가리킵니다. 

평면 a - 1과 2를 향한 긴장 = 가장 유연한 조합. 

평면 d – 3과 4를 향한 긴장 = 가장 강한 저항. 

∴ 평면 a와 d는 최고의 대립 관계에 놓입니다. 

평면 b – 1과 3을 향한 긴장 = 위쪽을 향한 약해진 저항

평면 c – 2와 4를 향한 긴장 = 아래를 향한 약해진 저항 

∴ b와 c는 적당한 대립 관계에 놓이며 비슷한 정도의 긴장을 조성합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네 면마다의 저항력을 조합하면 칸딘스키가 주장하는 평면의 무게 분담이 산정됩니다. 이는 너무 길어져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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