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바람이 계절의 교차를 알려온다. 변화에는 긴장이 깃들어 있다. 설렘과 낯섦의 긴장,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 살아온 날들이 우리에게 변수의 법칙이 있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었고, 우리는 학습된 기억에 따라 반응한다. 사람은 성향에 따라 마음에 와닿고 간직되는 부위가 다르기에 같은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설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서먹함에 경직된다. 나는 전자와 후자 중 어느 편에 치우치는가. 반복되는 하루가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새로운 하루이며 완벽히 다른 시간임을 염두에 두라고 마음에게 당부해야겠다.
폴 세잔은 생빅투아르 산을 반복해서 그렸다. 그는 수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이 선사하는 감각을 쫓고 있었다. 산기슭으로 난 길, 앞으로 난 길, 가파른 언덕과 하얀 석회석 덩어리를 안고 있는 모습 등 갖가지 주제를 지닌 산의 모습은 세잔의 시선이다. 이를 통하여 그는 있는 그대로 옮기는 모방이 아니라 자연이 선사하는 감각을 캔버스 위에서 실현하고 싶었다.
감각의 실현이라! 세잔은 자연으로부터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을 채취하여 이를 고스란히 옮기고 싶었던 것 같다. 화가는 눈앞의 세계를 관찰한다. 그의 이상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묘사하여 자신이 느낀 세계를 전달하는 데에 있다. 이를 의식하며 화가의 시선이 머물고 있었던 곳을 영화를 보듯 상상하며 응시하면 새로운 세계와 감정을 만날 수 있다.
사물은 시선의 각도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보인다. 이 당연한 사실이 자연을 다방면으로 묘사해야 한다고 세잔을 부추겼다. 이내 생빅투아르산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졌고, 분석되었고, 새로운 문제 제기와 해답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생빅투아르 산>은 세잔의 생각을 노래하는 파노라마가 되었다.
세잔은 사물이 인간 생활과 무관하게 있는 존재, 즉 독립된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그는 형태와 색채의 상호관계, 이들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이것은 형태와 색이 사물을 설명하거나 나타내기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체로써 독립된 세계를 지니고 있다는 논리이다. 이것은 같아 보이지만 같을 수 없는 풍경, 세잔이 같은 소재를 끝없이 그린 근간이기도 하다.
같지만 같을 수 없는 매일의 풍경, 세잔으로부터 섬세한 관찰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