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를 소환하게 하는 추억의 광고 카피이다. 최근의 일상을 겪으며 심하게 공감하는 말이다.
'순간의 선택적 게으름이 가까운 미래에 폭풍처럼 몰아칩니다.'라고 하는 것이 지금 내 상황에 더 적절하다. 아이캔 대학 장학금 신청 마감일이 내일이다. 독서모임은 지금부터 몇 시간 뒤에 시작된다. 나는 지금 2박 3일 스키여행을 가는 중이다.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데도 나 스스로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주일 계획에는 근사하게 세 가지를 동시에 배치했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일주일을 돌아보니 몸이 조금 좋지 않았다. 일하고 돌아와서 하루는 바로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컨디션은 조금 조절이 되었다. 지인과의 점심약속, 예상치 못한 쇼핑도 중간에 있었다. 내가 계획한 시간들이 실제 일상과 하나도 맞지 않았다. 당연히 시간이 모자랐다.
어제저녁이 되니 난리가 났다. 아이캔 대학 졸업기준을 채우기 위한 만능카드 개수도 다 채우지 못했다. 만능카드를 5개 더 작성해야 했다. 과제 3개 중에 1개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독서모임 발표분량은 참석 못하니 동영상으로 미리 발표 부분 준비하겠다 큰소리쳐놓고 시작도 못했다. 허풍선이 되게 생겼다. 스키여행을 위한 짐도 싸지 못했고, 음식도 하나도 준비가 안 되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코스코에서 음식준비를 위해 장 보고 왔다. 강아지를 스키 여행 동안 맡겨 놓을 집에 데려다주고 오니 벌써 저녁 8시 반이다. 모닝루틴을 포기할 순 없으니 10시에는 자야 하는데 말이다. 갑자기 짜증이 확 몰려든다. 나는 왜 사태를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났다. 동시에 호떡집 불난 듯이 파다닥거리는 나와 다른 게 이른 저녁잠을 자고 있는 남편과 여유롭게 있는 아이들을 보니 내 짜증의 화살을 바깥쪽으로 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심호흡을 한다. '이 모든 게 나 때문이다.'라는 회로를 돌린다. 정말 맞다. 이 모든 상황은 내가 만든 것이다. 졸업 과제 마감을 방금 안 것도 아니고 이미 최소 2주 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꾸 게으름을 피우며 순간순간 미루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도 썼으나 진정성이 없었다.
스키여행용 짐도 미리 쌀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음식도 미리 준비해서 냉장고에 보관이 가능한 부분이 있었는데, 왜 나는 준비를 전날에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독서계획은 아예 내 기억 속 안드로메다에서 떠돌고 있었다.
적고 보니 더 한심하다. 사태의 원인은 정확한 계획의 부재가 크다. 내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예상해 보고 계획을 배치해야 하는데, 자유시간 2시간에 4시간이 걸릴 분량을 욱여넣었으니 될 리가 없다.
욕심이 너무 많았다.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모닝루틴에 강의수강과 만능카드 작성을 채우고 모닝루틴을 변경해야 했었다. 하지만 욕심쟁이 나는 모닝루틴 패턴을 놓지 못하고 저녁으로 배치했으니 잘 실행되지 못했다. 게다가 컨디션 난조로 하루 저녁을 통째로 날렸다.
여유가 생긴 시간에 강의를 수강할까? SNS를 볼까? 하는 순간의 선택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 소셜네트워크의 세상은 시간 마법사가 사나 보다. 시간이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내 책임인걸 통감하고 나니, 정신이 들면서 이 사태를 어찌 해결할까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차피 지나온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강의 수강 때 만능노트만 작성하고 카드 만들지 않은 부분을 찾아 끄적끄적 만들었다. 후다닥 짐을 싸고 음식은 준비가 되는 부분만 준비하고, 내가 계획했던 것에서 안 된 것은 과감히 포기했다. 필요하면 가서 장을 보는 걸로 스스로 합의를 봤다. 책은 스키장 가는 차 안에서 읽기를 시도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어젯밤 12시 전에 잠들어 새벽 4시 40분에 기상. 나는 지금 스키장 가는 차 안에서 남편이 운전하는 덕분에 이렇게 자아반성의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실수를 잊지 않고, 분석해서,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돌아보기 위함이다.
교훈은 이러하다.
정확한 시간 산정을 통한 현실적인 계획 마련,
순간의 게으른 선택을 알아차리고 해야 하는 행동 선택하기, 계획 중간에 진행상태 확인하고 필요하면 수정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