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내식

by 이경란

모처럼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 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의 시차도 없는 일본 오카야마이다. 내가 좋아하는 기내식이 없을까 우려되는 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다. 우리나라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곳이니 말이다.

우리가 도착할 오카야마 공항은 작은 공항이라고 하니 비행기에 오르며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일전에 있었던 무안공항 사고를 떠올리며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기도까지 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약간의 설렘을 안고 밖을 내다보며 사진도 찍고 여행자의 모습이 되었다. 귀가 멍했던 시간도 지나 구름이 아래로 내려간 풍경이 보인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비행기가 고도를 유지하며 갈 것이다. 자리가 많이 비어있다.

‘요즘 사람들의 삶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곤 하더니 그 때문에 여행객의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인가? 아님 비수기여서인가.’

대부분 꽉 찬 비행기를 탔던 터라 항공사 수익 걱정까지 했다. ‘이렇게 태우고 다니면 인건비고 있고 할 텐데.’ 내가 대한 o o 주인도 아닌데 참 별일이다. 온갖 불필요한 생각을 다했다. 행동하지 않은 오지랖이라 다행이다.

‘이젠 기내식이 나오겠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승무원 여러분 속히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비행기가 난기류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안전하게 자리에 앉아 계시기 바랍니다.”

승무원들이 각자의 자리에 착석했다. 아무도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기내에서 비행기가 흔들릴 때 승무원들이 일을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된다. 항공사고는 대부분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가 쉽다. 겁이 덜컥 났다. 잠시 후 안전한 상태가 되어 승무원이 일어서는 듯 보였는데 금세 다시 기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또다시 모든 사람들 자리에 앉으라는 방송이다. 비행기도 기류의 영향을 받는 듯 약간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난기류를 만났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승객도 승무원도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한 시간 30분을 보낸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기장은 안전에 관한 의식이 참 철저한 분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신뢰가 가기도 했다. 무사히 잘 도착할 수 있겠지 믿음이 갔다. 점점 오카야마 공항에 내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시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승객 여러분, 난기류로 인해서 금일 기내식 서비스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섭섭한 마음으로 다음 기장의 안내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혹시, 기내식 대신 다른 것이라도 준다고 할까? 하면서.

끝끝내 그 말은 없었다. 기내식 서비스를 안 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공항 라운지에서 간단한 요기를 좀 하고 왔으면서도 왠지 허전한 느낌이다. 대부분 이 비행기를 타려고 새벽 일찍 집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기내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려 했던 사람은 아마 배가 무척 고플 것이다.

기내식을 기대하다 실망한 내 표정을 본 남편이 한마디 건넸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하자 구.”

인천공항에서 무사히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었고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동안 난기류를 만나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안전하게 오카야마 공항에 도착했다. 착륙할 땐 무안공항참사를 떠올리며 또다시 기도했다.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십시오.’

최근의 비행기 사고로 걱정을 하면서 여행을 떠났고 출발할 때 도착할 때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까지 했다.

무사히 도착하고 땅에 발을 딛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리곤 기내식 생각이 났다. 기장의 안전에 관한 의식이 철저하다는 생각을 했고 신뢰의 마음도 주었다. 그런데도 먹지 못한 기내식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정도 흔들림에서는 기내식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했다. 누군가 내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다.

‘정신 차려! 무사히 도착, 그것으로 감사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면허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