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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Dec 19. 2023

입학식에 갖는 마음

어린 시절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을 생각해 본다. 가슴에 손수건 단 새 옷을 입고 엄마 손 잡고 간 그날은 50여 년 전이다. 그 당시 입학식 날 손수건을 가슴에 다는 건 1학년 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내 기억에 어린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까지도 너, 나 할 것 없이 코 아래 콧물이 들락거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입학식 날 가슴에 달고 가는 손수건은 코를 닦는 용도인 샘이다. 요즘 아이들 코 아래는 항상 깨끗하다. 아기들도 코흘리개 아기는 보기 어렵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실 때 어떤 마음이셨을까? 엄마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서러움을 자식들 공부에 매진해서 대리만족을 하고 싶으셨을 수도 있다. 그 당시 대학까지 나온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으니 자식 공부에 대한 욕심은 아마도 아버지보다 엄마가 더 크지 않았을까? 입학하면서부터 엄마의 공부에 대한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부모님들은 입학식 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당연히 자식들 공부 잘하고 학교에서 생활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셨을 것이리라. 어떤 소망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부모님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못하셨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다. 많은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의 행복은 부모님께 달렸다고 생각하게 되는 일들을 많이 보아왔다. 나 자신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입학식 날과 내가 보았던 40회가 넘는 입학식 날을 돌아보았다. 이제 초등학교 일 학년으로 갓 입학한 아이들은 유치원의 어린이가 아닌 학생으로의 출발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님들은 자기 자녀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소망한다. 학교에 가서 잘 자라고 선생님께도 사랑받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잘 지내며 학교에서 주어지는 학업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소망한다.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거기까지다. 부모님의 역할에 대해서, 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해야지 하는 마음까지는 있으나 공부하고 연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입학식 날, 학부모님들이 가장 집중해서 학교에서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즈음은 입학식도 축제의 형식을 빌어서 하게 된다. 축하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아기를 입학식을 할 수 있도록 키우기까지 얼마나 수고를 많이 해야 하는지 요즘은 손녀를 돌보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담임을 할 때는 담임으로서 학부모님들께 말해오기도 했지만, 교장이 되어서는 입학식 날 학부모특강의 형식을 빌어 별도의 시간을 가졌다. 학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 세 가지는 내 삶의 중심점, 교육관이기도 하다.


  첫째는 “부부가 행복하십시오.”이다. 아이들의 행복은 부모에게 달려있다.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어렵다. 부모는 먼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방법은 정말 많다. 종교를 가지는 방법, 좋은 취미를 함께 하는 방법, 가족여행을 주기적으로 하는 방법, 좋은 언어습관을 가지려고 애써야 하는 것,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부부가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행복한 부부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는 모든 게 편안하니 바르게 잘 자랄 것이다. 


  둘째는 “긍정의 질문을 해 주십시오.” 아이가 학교에 다녀오면 모든 것이 궁금하다.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여 질문을 하게 된다. 그 질문의 방법을 긍정의 방향으로 해 달라는 것이다. 

  “오늘, 친구들과 재미있는 놀이 어떤 것 했을까?”

  “선생님과 공부한 것 중에 가장 신나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라는 질문과 

  “오늘 학교에서 너 괴롭히는 아이들은 없었니? 내가 혼내줘야지.”

는 전혀 다른 방향의 두뇌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긍정의 에너지를 10년, 20년 받으며 자라는 사람과 부정의 에너지를 받으며 자라는 사람의 모습은 10년, 20년 후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아이들은 어른의 따라쟁이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자라게 된다. 어른이 하는 말을 듣고 따르는 게 아니더라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로 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의 독서하는 모습, 진실된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그대로 저절로 몸이 따라 하게 된다. 내 주변에 나를 보고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정말 잘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평소에 내 마음에 두고 있는 나의 다짐이기도 했고, 학부모를 만나면 늘 해 오던 이야기이다. 입학식 날, 학부모들은 가장 집중해서 잘 들어준다. 몇 가지 실화를 들어가며 이야기하면 학부모의 눈빛에서 긍정의 신호가 더 크게 보이기도 했다. 나 스스로 보람을 느끼던 시간이다. 내가 만난 학부모가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매 입학식마다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정년퇴직 후에도 나는 입학식이 아닌, 강의가 있거나 또 다른 어떤 기회가 있으면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공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젠 용기 내어 나의 블로그, 브런치에도 나타내어 본다.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행복한 분위기에서 잘 자라게 된다. 내가 만난 학부모와 아이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모두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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