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풍경에 닿는 여정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 시절 나에게 공부는 늘 해야 하는 일이었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그저 '해야 하니까' 견뎌야 하는 의무에 가까웠다.
어린 시절, 우리 집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추첨에서 떨어졌지만,
집에서는 누구도 그것을 큰일로 여기지 않았다.
오빠는 장남이었고, 나는 딸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스며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매일 해야 했던 학습지는 늘 방학 숙제처럼 밀려 있었다.
개학 직전 몰아서 하다 들켜 혼이 날 때면,
아버지는 오빠에게는 엄한 불호령을 내리셨지만 나에게는 비교적 조용히 말씀하셨다.
아마 딸인 나에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나는 그것이 서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한 질서라고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그렇게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는 수식어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 손으로 직접 삶을 일구며 다시 책을 펼쳤을 때,
비로소 공부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나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알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에 의해 시작된 공부였기 때문이다.
퇴근 후 책상에 앉으면 지칠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묘하게 차분해졌다.
오늘 배운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줄 것 같았다.
이제 공부는 나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 삶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서른여덟에 다시 학생이 되었다.
늦게 시작한 그 선택은 사실 가장 적절한 때에 내게 찾아온 선물이었다.
이제는 안다.
진심으로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움은 발걸음이 빠른 사람이 먼저 도착하는 경주가 아니라,
끝까지 멈추지 않는 사람이 결국 자신만의 풍경에 가 닿는 여정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