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분들은 나와 엮이면서 다른 사람과는 다른 특징을 갖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목소리가 크고 발음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물론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고 그 중 한두 사람이 그렇다.
처음부터 이들이 목소리가 컸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작게 웅얼웅얼 말하다가 내가 못알아듣자 조금씩 소리가 커졌고 소리가 커지면서 점점 부정확했던 발음도 바로 잡혔다. 재차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내 간청을 무시할 수 없어 두세 번 반복해서 말하며 대화하다 보니 그런 습관이 생긴 것이다.
위에서 말한 사람 중 하나는 둘째 딸이다. 큰 딸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있어 내가 잘 못 알아들어도 끝까지 조곤조곤 말한다. 그럴 때는 그 애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반복해 들을 수밖에 없다. 아쉬운 사람이 지는 법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첫째는 조곤조곤 자기 주장을 끝까지 펼치는 사람이 되었다. 둘째 딸은 목소리가 크고 발음이 또박또박해 웬만한 회사의 면접은 다 통과한다. 대학 입시 면접에 붙은 후 취업 면접을 본 횟수는 내가 알기론 세 번인데 한 번 떨어지고 두 번 붙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두 번째 직장이니 면접 통과율이 높은 편이다. 그녀의 성격도 언니만큼 단호한 편이긴 하나 마음은 여리다. 큰 목소리가 그녀의 여린 마음을 가려주는 듯한데 그게 다 내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흡족하다.
다른 한 사람은 교회에서 만난 분인데 오랜 시간 나와 대화를 많이 해왔다. 워낙 수다 떠는 걸 좋아해 한 번 만나면 최소 세 시간 이상 얘기를 나누는데 대화를 집중해서 하려면 잘 알아듣는 게 중요하다. 처음 만났을 때 조금 더듬었던 그의 말은 나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유창해졌고 이제 유튜브 활동을 할 정도로 발전했다.
방송에서 그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옆에 있는 학자의 말을 더 쉽고 이해하기 좋은 말로 풀어서 전달하는 것이다. 매불쇼에서 최욱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랜 기간 공부해 온 연구자로 국보급 학자인 옆 사람은 지식을 한정된 시간에 압축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대중이 알아듣기 어렵게 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쉬운 말로 대화하는데 익숙한 지인은 그가 아무리 어렵게 말해도 쉽게 풀어서 모두가 알아듣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이 내 덕분에, 혹은 나 때문에 발성이좋아지고 말을 잘 하는 걸 보면서 누구든지 나와 오래 대화하게 되면 말하기 능력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약한 청력에도 불구하고 나를 무시하지 않고 오래오래 참으면서 대화하려고 했던 그이들의 인내심 덕분이다. 둘째 딸과, 교회 지인 이 두 사람이 앞으로도 하는 일이 잘 돼서 대중들 앞에서 말할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