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예술문화센터에서 하는 수업이 오늘 모두 끝났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 마지막으로 모였는데 낮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와서 피곤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자기 이름을 소개하고 몸의 상태를 말해보라고 했는데 나는 ‘피곤하다’고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7시에 모였으니 나뿐 아니라 모두 피곤할 터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기대에 가득 찬 눈을 반짝거리며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자기소개를 한 바퀴 돌아가면서 하고 다시 자기 이름을 말하면 다른 사람이 따라서 말하면서 다시 한 바퀴를 돌렸다. 입을 열어 음성으로 따라 하는 몸의 활동이었다. 지난주에 한 것처럼 바닥을 딛고 걸으면서 손과 발을 허공에 내저었다. 공간을 느껴보고 몸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허공을 휘저으며 다른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스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몸을 살짝 건드리며 다른 사람을 느껴보았다. 내 몸의 움직임에 몰두하면서 다른 사람의 몸을 느끼자 옆에 있는 사람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이제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셋씩 짝을 지어 ‘물’과 ‘바람’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나누었다. 그렇게 나눈 생각을 전체가 동그랗게 앉아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물은 스스로 형체가 없고 어디에 담느냐,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람이다, 귀신도 불도 아니고 바람이 제일 무섭다’고 우리 팀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우리는 일어서서 물과 바람을 몸으로 표현해 보았다. 바닥과 천장과 옆, 뒤를 가리지 않고 팔과 다리를 움직여 물과 바람을 느껴보았다. 내 몸으로 표현한 물과 바람은 다른 사람이 표현한 물과 바람을 만나 스쳐 지나갔다.
마치 연극 공연장처럼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렀다. 춤을 추고 있는 것인지 팬터마임 같은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팔다리를 휘저었다. 서너 명이 짝을 지어 순서대로 앞사람이 표현한 몸동작에 새로운 동작을 더했다. 돌아가면서 몸으로 표현한 동작을 하고 있으려니 모두 마네킹이 된 것 같았다. 마지막 사람의 동작이 끝나면 맨 처음 사람부터 하나씩 몸을 거두고 제 자리로 돌아왔다. 내 앞사람이 발을 허공에 들고 있길래 나는 그 발에 코를 대고 있는 동작을 했더니 웃음이 터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곤했던 몸은 활력을 되찾았고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수어통역을 하는 선생님도 신이 나 보였다. 농인과 청인이 같이 하는 활동인데 몸으로 표현하는 데는 듣거나 못 듣거나 상관이 없었다. 몸으로 풍경을 만들면서 예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팠던 사람도 이런 활동을 하면 몸이 회복될 것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소감을 나누었다. 나처럼 몸도 마음도 힘들어했던 어떤 분은 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졌다면서 태어나서 처음 해본 활동으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연극을 하고 싶어 졌다’라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몸으로 뭔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표현한 건 처음이었다. 음악에 맞추어 이런저런 표현을 두 시간 동안 하다 보니 연극배우가 되어 공연하고 싶어졌다.
몸으로 풍경을 만드는 워크숍 자리를 만들어 준 우리 동네 예술문화센터 담당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워크숍은 수어통역이 제공됩니다’라고 쓰여있는 이번 활동의 포스터를 보니 구청과 지역의 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센터, 수어통역센터에서 함께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동네가 자랑스럽다. 이런 워크숍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