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간 아이 기다리는 중...
첫째가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는 입학하자마자 학교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을 등록했다. 다행이라고 표현을 해도 될지 몰라도 피아노랑 태권도는 매일 가는 학원이어서 방과 후의 시간을 채워줄 수가 있었다. 심지어 태권도 학원은 차로 집 앞까지 데려다 주기에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일하고 있는 중에 태희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어요."
그날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태권도 학원을 안 갔던 날인 것 같다. 회사가 인천공항이다 보니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마도 그때부터 아니 아마 그 이전부터 태희는 참 독립적인 아이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태희의 길을 잃어버렸어요는 정말 해맑았다.
"엄마 여기 벽에 천사 날개 그림 있는 곳인데 집에 어떻게 가야 돼요?" 난 정말 놀랐는데 태희는 천진난만하지 그지없었다. 단지 How의 의미인 어떻게를 묻기 위해서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태희는 36개월 때 7,8세 언니 오빠들이 듣는 체험수업을 엄마 아빠도 찾지 않고 혼자서 들어갔던 아이였다. 그래도 그날 나의 심장은 너무나도 놀랐기에 꼭 태권도 학원 차를 타고 귀가하길 바란다고 알려주었다.
간혹 태희 친구 엄마들을 퇴근길에 지나가며 만났을 때 그들은 아이들이 학원이 끝나면 다음 학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 친구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쉽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원을 많이 가지도 않았을뿐더러 애초에 동선을 걸어서 갔다가 태권도 학원차를 타고 귀가를 하도록 짜놨기에 내가 아이가 끝나길 기다리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 아이들은 훌쩍 자라서 고1과 중2가 되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공부를 위한 학원을 다니진 않는다. 단지 자기들이 하고 싶다는 댄스학원과 주짓수만 다니고 있다. 김포로 이사 오고 가장 불편한 점이라면 차가 없으면 이동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집은 김포에서도 강화에 가까운 곳에 위치를 하고 있어서 학원이라든지 여러 가지 시설들이 좀 미흡하긴 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그나마 번화진 곳으로 나와야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간혹 오늘처럼 태율이가 태워달라고 하면 상황이 허락하는 경우에는 웬만하면 태워다 준다. 20-30분을 타고 나와서 1시간이나 1시간 반 정도 수업을 하는 아이를 두고 다시 20-30분을 타고 들어가려니 맘이 불편해서 이런 날은 아이들이 학교를 갓 입학했을 때도 하지 않았던 카페에서 대기를 한다. 나름 바쁜 일상 중에 오롯이 기다림을 위한 시간이어서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쓴다던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난 이 시간을 제법 즐긴다.
이 시간만큼은 그냥 나를 위해서 쉬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어릴 때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해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맘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