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가 멈추었으면

언젠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건강해 질 너의 모습을 기대하며

by milktea

지난 5월에 갑자기 아이가 다리가 붓고 아프다고 하여 응급실에 내원했었다. 다른 수치는 다행이 이상이 없지만 신장지표를 나타내는 Bun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와서 8월에 피검사를 다시 했다.

작은 수치 변화 하나에도 심장이 쿵쿵 내려앉는데, 근 3달간 걱정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방학이라 8월중순에는 예약이 꽉 차서 일주일 뒤에 아이는 두고 보호자인 나만 내원하여 결과를 확인하러 왔다. 병원 어플로 미리 결과가 정상임은 확인했지만 요산 수치가 평소보다 높고 정상 수치 마지노선에 가깝게 나와서 진료일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을 잘 먹지 않아서 일까? 아님 신장 기능에 조금 이상이 생긴건가?


사실 병원에서 검사하는 수치가 예를들어 1부터 100까지 정상범주라면 100은 정상이고 101은 이상이 있는거지만, 우리아이의 수치는 약 90정도. 턱걸이 하는 기분이 들었다.


퇴근하고 병원에 와서 대기하며 진료 순서가 표기된 화면을 쳐다본다. 아이 담당 선생님은 역시나 대기줄이 길다. 예약 지연시간은 20분에서 30분으로 점점 늘어지고, 나는 지난 검사결과와 준비한 질문지를 읽고 또 읽으며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질문을 쏟아낼 준비를 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관절부종과 통증을 자반증의 재발로 보고 관리하자고 하셨다. 다행이 재검 수치는 정상이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재발이라는 단어에 또다시 마음이 무너진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병원에 이렇게나 아이들이 많다니. 다들 큰 불편 없이 잘 견뎌내고 있는걸까 가끔 궁금해진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나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우리 아이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지만 세상에는 더 힘들고 아픈 상황을 견뎌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병원에 오면 느끼게 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싸움을 하고 있을 모든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에게...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그저 아이를 키운다는 그 공통점 만으로 힘내시라고, 좋아질거라고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어제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와서는


"엄마 우리반 애들은 우리동네 맛집을 다 잘 알고있대. 나는 잘 모르잖아."


라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건 아니라고. 너 뿐만 아니라 모르는 친구들도 많이 있을거라고 이야기 해주었지만 난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인스턴트와 밀가루, 첨가물이 자반증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2년여간 거의 먹지 못했다. 지나가다 분식집만 봐도 군침을 꿀꺽 넘기는 아이를 보면 너무 안타까웠는데, 학교에 다녀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아픈것 뿐인데 나는 끝도 없는 죄책감에 빠진다. 미안해, 미안해...내가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하루에도 수십 번 드는 생각이지만 밖으로 낼 수도 없는 마음.



장마라 비가 많이 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퍼붓던 비는 집에 도착하자 많이 사그라들었다.


무엇이든 끝은 있고,

언제까지나 비가 오진 않을거라고

이 비가 빨리 멈추고 밝은 햇살이 비출 날이 올거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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