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싶어?
유일하게 나의 꿈을 물어주는 한사람
올해 9살인 큰 아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영화나 애니매니션 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을 좋아하는데.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어떤 날은 1시간 짜리 영화를 보고나서 손짓, 발짓, 앞구르기까지 해 가며 1시간을 넘게 줄거리를 이야기 해 줄 때도 있다.
"엄마 그래서 주인공이 왼쪽으로 팔을 휙 뻗으니까 왼쪽에 있던 친구가 쿵 하고 부딛혀서 벽 끝으로 휙 날아갔는데~~"
이런식으로 누가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부분이 웃겼는지, 무서웠는지, 슬펐는지 나의 반응까지 유도하며 마치 영화한편을 직접 시청한 것 처럼 작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이야기 해주곤 한다. 얼마 전에도 잠들기 전에 와서는
"엄마 오늘은 무슨 영화 이야기 하고 잘까?"
말하기에, 이제는 더이상 엄마가 기억하는 영화가 없으니 다른 이야기를 하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고민을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할 까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뜸 아들이 다시 묻는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싶어?"
순간 웃음이 났다.
이미 다 커버린 나에게 커서 뭐가 되고싶냐고 물어봐 준 유일한 사람.
그리고 고마웠다. 아, 어른인 나에게도 꿈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해준 너의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엄마는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해서 뭐가 되고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네. 어릴 때는 꿈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엄마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도 생겼고 너희 두 형제의 엄마가 되었잖아. 이정도면 꿈을 이룬게 아닐까?"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더더더 커서 되고싶은게 없어?"
아이의 되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내가 평균 수명만큼 산다고 했을 때, 아직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으니까 사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내가 원하는 무언가는 몇 개 쯤 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아이가 아프고 나서는 뭔가 생각할 겨를 없이 2년을 살았던 것 같다.
취미생활도, 개인적인 모임도, 외식도 하지 않고 육아휴직 후 온통 아이의 건강에 관한 생각만으로 집에 갖혀 지냈으니.
나는 그날 이후로 매일 생각한다.
오늘 이후의 나는 또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 새로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하던 승진공부는 애저녁에 그만뒀지만, 예전부터 하고싶었던 디지털 드로잉 공부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코딩책도 사서 함께 읽어본다. 짬 날 때 소설도 찾아 읽고 글을 잘 쓰게 되는 꿈도 꿔본다. 소소하지만 미루고 살았던 행복을 다시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너의 작은 한마디가 나를 변화시킨다.
마흔을 앞둔 나에게 고작 아홉살인 네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어느 누구보다 순수하고 강렬한 응원을 해준다.
고마워
아직 클 수있다고 말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