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못타는 아이

초등학교 3학년,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다

by milktea

2019년에 자반증 진단 이후, 2024년 현재 아무런 재발 없이 '매우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수 년 간 제한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과격한 체육활동. 첫 진단시 몸을 무리하면 안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도 있었지만, 간헐적으로 이유모를 관절통(지금 생각해보면 성장통이었을 수도 있지만)을 호소했었기 때문에, 조금만 세게 뛰어놀거나 땀흘릴 만한 활동을 하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졌다.


아이가 순한 성격이라 잘 따라와주기는 했지만, 무한동력이 샘솟을 나이에 나의 활동제한이 얼마나 서글펐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온다.


3학년이 된 어느날, 아이가 학교를 다녀오더니 말했다.


"엄마 근데 3학년중에서 나만 두발자전거 못타."


무심하게 툭 던지는 아이의 말에 갑자기 울컥, 꾹꾹 눌러뒀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애써 참으며, 너는 못타는게 아니라 혹시 다칠까봐 '안'탔던거라고 이야기 해주며 주말에 같이 연습해보자고 했다.


주말이 오기 전 네 발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미리 떼어냈다. 이제는 해도 되겠지?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혹시 자전거를 무리해서 연습하다가 또 아프다고 할까봐 걱정되긴했지만, 그래도 자전거는 크게 무리하거나 과격한 운동은 아니니까- 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주말을 기다렸다.


그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토요일이 되자 자전거 연습한다고 아빠와 나서는 아이는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휴대폰에 전송된 영상속에서 아이는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성공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남들이 볼 때는 별 것 아니겠지만, 나는 그 영상을 보고 엉엉 울고 말았다.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내가 걱정했던것 보다 더 잘 할 수 있구나.

그깟 자전거 타기가 뭐라고 나는 그렇게 걱정을 하며 아이를 통제했을까.


그렇게 깔깔 웃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더 일찍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컸지만 그간 하면 안된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나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


아이는 나의 생각보다 강하고, 빨리 큰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이런 기억들을 꺼내어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아이가 아팠던 동안은 정말 나만의 삶이란 1g 도 없는, 걱정과 불안만이 가득한 것이어서 사소한 아픈 기억도 되돌릴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아마 시간이 많이 흘러 노인이 되어도 아들이 첫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던 그 날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이가 누리는 작은 일상들이 나를 치유하고, 아픔을 무뎌지게 한다. 상처에 새살이 돋아 더욱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치유의 경험은 어른인 나도 한번 더 성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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