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려움 인정하기
타지에서의 삶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하루하루 나의 부족함과 마주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가끔은 무겁고 또 힘들다.
글을 쓰지 않은 지난 3개월 간 많은 일이 있었고, 뜨겁던 여름이 지나 지금은 찬 바람이 부는 10월이 되었다.
부족한 일러스트 실력으로 디자이너 어시스턴트 포지션을 놓쳤고, 그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무급으로 인턴을 하면서 몰에 새로 생긴 신발 스토어의 오픈 멤버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 한 명이 캘리포니아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고, 또 견고할 것만 같았던, 나의 또 다른 가장 가까운 친구인 남자 친구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이 두렵다.
내가 못할까 봐 두렵고, 남자 친구와 헤어질까 봐 두렵다. 남들이 나의 영어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것만 같아서 두렵고, 실제로 부족한 내 영어가 두렵다. 영원히 이 나라에 속하지 못할까 봐 두렵고, 또 가끔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가 너무 두렵다.
무급으로 일하고 있지만, 정직원으로 고용할 가능성을 보고 있는 건지 매번 나에게 다른 미션을 주는 나의 보스 애슐리. 그리고 그 일을 잘하지 못해도 시도해보겠다고 하는 나. 못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어떻게든 일을 끝내는 나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또 하루를 넘겼구나 마음을 쓸어내리고는 한다.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인정하고 해 보겠다고 하는 나의 자세가, 두려워도 그냥 뱉어내는 나의 영어가, 두려워도 남자 친구에게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 나의 마음이,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참아내며 묵묵히 해내는 나의 모습이 어렵다.
두려운 마음을 인정하고 해 보겠다는 것 자체, 그 마음이 용기다.
용기 내는 건 참 어렵다.
하지만 이걸 이겨내든, 이겨내지 못하든, 나는 그냥 해보는 사람이니까 용감한 사람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고, 문제 해결사고, 그리고 실패를 기꺼이 하겠다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결국엔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해결되는 과정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건지, 어떤 마음으로 있을 건지는 나의 몫이다.
'We can not choose the weather'
내가 가장 처음으로 새긴 타투의 문구다.
우리는 계절을 선택할 수 없고, 그 계절을 받아들이는 자세만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나의 삶에 대한 나의 태도는 내가 스스로 결정할 거라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문구다.
그렇기에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걸 이겨내는 용기를 가지는 것 또한 나의 몫이다.
해낼 거고, 해낼 수밖에 없을 거다.
나는 용감한 사람이고,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앞으로의 3개월은 또 어떻게 지나갈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살아갈 거라는 것은 안다.
세게 부는 바람이 싫지만은 않은 토론토의 10월의 밤, 이렇게 또 단단해져 가는 나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