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그래서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사업하는 아빠 밑에서 자라온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내가 돈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운영하는 업체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 어린 나에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그 만한 책임감을 지고 하는 거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나의 첫 사업 도전은 동남아 플랫폼을 이용한 '쇼피'였다. 재고를 두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에 나도 조금만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남아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서양 국가보다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한 번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또 무작정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량으로 물건을 떼다 파는 사람들에게 가격 경쟁력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어떤 것을 팔아야 할지 소싱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물건을 직접 구매해서 물건 사진을 찍고 올리는 것이 아닌, 쿠팡에 올라와있는 사진을 이용해서 리스팅을 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귀찮은 작업이었다. 이 덕분인지 꾸준히 하지 못했음에도, 리스팅을 하고 난 1주일 후, 그때 판매가 이루어졌고, 마진율 20%라도 행복했었다.
결과는 1년 동안 매출 10만 원 남짓. 마진율이 30~40% 였으니까 3만 원 정도 벌었나.
사업자 폐업을 하지 않고 캐나다에 온 덕에 보험에 문제가 생겨서 부랴부랴 여기서 폐업하고, 처음으로 종부세도 내보고 지방세도 내봤다. 매출이 10만 원인데 종부세가 1700원이었나. 참 가혹하다.
이렇게 나의 첫 사업은 실패.
그리고 사업을 해보고자 동대문에서 귀걸이를 만들어보겠다고 부자재를 사서 조립해보기도 하고, 여기서도 사업을 해보겠다고 뜨개질로 가방도 떠보고 싼 가격으로 귀걸이를 떼서 팔아보겠다고도 했다. 맞다, pod 상품도 만들어서 엣시에 올려도 보고 레드 버블에도 올려보기도 했다.
편하게 사업하려고 하니 당연히 안될 수밖에.
이렇게 나는 시도도 빠르게 해 보고 포기도 매우 쉬운 사람이었다. 이런 나를 보고 끈기 없는 사람, (엄마 말에 따르면) 진득하게 하나를 못하는 사람, 그리고 또 욕심만 많은 사람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런 말에 휘둘리던 나는 항상 괴로웠고, 왜 무엇하나 제대로, 꾸준히 못하는지 슬펐다.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고, 잘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기 시작했다. 나는 잘해야만 하는 사람이었고,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어야만 했는데 그걸 이뤄내지 못하니 항상 괴롭기만 했다.
여기 와서 나와 가까웠던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생활하다 보니 나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게 되었고, 그렇게 잦은 시도를 하고 실패를 경험해본 내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인턴을 하면서 쇼피에 리스팅 했던 방법을 바탕으로 리스팅도 해보고, 귀걸이 샘플, 목걸이 제작 등을 해본 덕에, 나도 모르게 기본 지식이 생겨났고, 그 덕분에 친구들 선물, 혹은 내가 원하는 주얼리들을 살 때 보는 눈이 좋아졌다. pod 상품을 제작하면서 써봤던 캔 바 툴을 인턴 때 사용해보기도 하고, 캔 바라는 웹사이트를 알고 있었기에 이력서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서 알기도 하고 도전해보니 그 안에서 얻어가는 것들이 많으니 내 경험치가 많이 쌓여가고 있었다.
실패한 것에 집중하기보다,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것을 알게 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집중하게 되니 되게 많은 것을 얻었다.
나는 아직도 비즈니스 우먼을 꿈꾼다. 이렇게 늘 도전하고 부딪히다 보면, 언젠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항상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과 그냥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 나는 그 차이만으로도 만족하고 나대로 그냥 살아가려고 한다.
아직도 사업을 어떻게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무언가 시도하고, 그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하게 되면서 이해하고 몸으로 직접 체득하게 되는 것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것보다는 내가 가지게 된 것에 조금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물론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반성을 해야 한다).
이렇게 작은 성과에 집중하게 된 나의 삶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