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것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일상 기록용으로 쓰고 있는 내 블로그를 이용해서 나도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웬걸, 왜 이렇게 해야 할게 많고 알아야 하는 게 많은 건지, 블로그 지수는 뭐고, 황금 키워드는 또 뭐고, 최상위 노출, 파워블로거. 시작도 전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렵더라. 그래도 나는 이것저것 시작도 끝도 잘 맺으니 일단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나에게 좌절만 가져다주는 시도였다.
대체 왜 나는 시작도 고민 없이 하고, 지속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다들 부업이니, 디지털 노매드니 잘만하고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잘난 거 하나 없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또 꾸준히 하지를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글은 더 써지지 않고, 블로그가 싫어지게만 됐다.
그래도 일상 기록용으로는 꾸준히 하던 것 마저도 등을 돌리게 되더라.
나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고, 내가 어떻게 힘든 마음을 이겨냈는지, 나의 해외 생활은 어떤지에 대해서 쓰고 싶은데, 블로그는 내가 원하는 글보다는 남들이 원하는 글을 써야 한다. 남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정보성 글, 그리고 뭔가의 후기들과 같은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속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캐나다에 오게 되었고, 캐나다에서 일자리는 어떻게 찾고 있고,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일상 기록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바꿔보려고 한다.
내가 알려주고 싶은 정보와 남들이 원하는 정보는 다르다고 이번에 알게 됐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블로그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블로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블로그에 글 쓰는 것조차도 꾸준히 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고 그만두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난 지금, 이제는 진짜로 나는 블로그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배운 것 또한 언젠가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나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어줄 수 있겠지, 하고 자위해본다.
나의 못난 모습을 더 알게 해 주고, 나에게 박탈감과 자괴감을 주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을 무작정 가지고 끙끙대는 것보다,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어디서 물러나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도 이렇게 배워간다. 한 번 찔러보고 만 것이 아닌 여러 번 시도와 포기 끝에 알게 된 사실.
나는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