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또 다른 실패

거절 메일이라도 고마울 따름

by Sean

어릴 때 무명 연예인들이 한 프로그램에 나와 '악플이라도 달렸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게 어떤 마음인지 나는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어떤 마음인지 대충이나마 알 것 같다. 아무런 대답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 계속 찔러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두드려도 보지만 아무 응답이 없다는 것이 어쩌면 거절보다 더 큰 실패라고 느껴진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그저 여기의 모든 과정이 다 느린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무 응답 없음'은 내게 또 다른 실패다.

IMG_4718.JPG

그리고 진짜 또 '실패'했다. 파이널 최종 3인까지 올라갔을 때 했던 발표는 '내 인생 최고의 발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지만 떨어졌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는데, 내가 했던 '최악의 인터뷰' 또한 어김없이 떨어졌다. 왜 안 좋은 직감은 모두 맞아떨어지는지.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친절하게 내가 떨어졌다는 메일을 받아본지가 언제였는지. 확실하게 이렇게 내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내가 그동안 어떤 소식에 얼마나 목말라있었는지 알았다. 감사해야 한다면 이렇게도 많이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감사할 것들을 지나쳤을까.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던 우동이 먹고 싶어졌다. 또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의 허기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그 달달한 우동 국물이 먹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추운 날에 먹고는 했었던 그 익숙한 맛이 그리워였을까. 지난날 한국마트에서 혹시 몰라 사 왔던 우동 하나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IMG_4719.JPG

우동 한 개를 끓여 참으로 오래도 먹었다. 면발 하나를 먹고 잠시 쉬었다가 또다시 하나를 들어 올려 입에 넣고를 반복했다. 역시 난 우동은 별로다. 두꺼운 면발도 싫고 국물도 너무 달다. 속이 허해 익숙하고 뜨거운 맛이 그리웠나 보다.

keyword
이전 18화단 5분, 내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최악의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