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면접 기회라도 주세요
해외에서 구직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나와 같이 캐나다에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 매일매일 메일을 새 로고침해서 누가 나한테 연락해주지는 않았을까 들여다본다. 이제는 이게 습관이라도 된 것 마냥 1시간~2시간 간격으로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하고는 한다. 물론 주말에는 그 횟수가 적어지지만.
어느 때와 다름없는 토요일 오후였고, 그 메일은 내 눈을 휘둥그레 만들기에 충분했다. '캐나다 구스 인사팀 담당자가 링크드인에 너의 프로필을 봤다'라는 메일. 내가 캐나다 구스에 찔러본 이력서가 한 무더기인데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또 처음. 물론 큰 기대를 해서도 안되고,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것쯤은 아는데 내 이력서를 보고 프로필을 열람한 거라면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진전이다. 수십 번을 찔러도 꼼짝 않던 그들이 어쩌다 내 이력서를 보고 내 프로필까지 눌러봤는가.
캐나다 구스는 내가 살고 있는 토론토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진짜 본사는 밴쿠버에 있다. 그럼에도 토론토 지사는 꽤 큰 편이고, 그곳으로 출근한다고만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어쩌면 내가 늘 그리던 '혹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으니 이름 있는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꿈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호들갑 떨고 싶진 않다. 이게 아무 의미 없다는 것도 알고 그냥 단순히 잘못 눌렀을 가능성도 있는 거니까. 어쩌면 내 프로필을 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내가 동양인인 게 싫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내게는 이 모든 과정들이 다 중요하고 감사하다. 마치 아이돌 팬이 아이돌에게 눈 맞춤을 당한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내게 좋은 기회가 온다면 정말 너무나도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면접의 기회라도 있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발랄함과 직업 정신을 보여주고 싶다. 망하더라도 이렇게 큰 회사와의 면접은 언제나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을 가져갈 수 있기 마련이니.
이 메일 하나가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는지. 이미 내 상상에서는 모든 인터뷰 과정을 마치고 캐나다 구스로 출근하는 내 모습을 그렸다. 내가 100% 원하는 직군은 아니더라도 100명이 훌쩍 넘는 지원자 중 내 프로필을 봤다는 것 자체가 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계속해서 우울하고 또 가끔은 자신이 없어지는 날들이 많았는데, 캐나다 구스 담당자가 내 프로필을 열어본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나는 아직 생각보다 많은 걸 해낼 수 있겠구나, 아직 제로에 가까운 가능성은 아니구나 하게끔 만든다. Overthinking 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이걸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 건 내 자유니까. 우울했던 마음들이 사라지고 다시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주었던 안내 메일 하나. 역시 어떤 것을 대하는 태도, 생각, 자세는 내가 만들어내는 거다.
기다리자. 인내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면 내게도 정말 곧 좋은 소식이 올 거다.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너무 좌절도 하지 말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그냥 묵묵하고 꾸준하게 자기 자리에서 무언가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물론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