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간 300군데가 넘는 곳을 지원했다

내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by Sean

사주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공부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내 사주는 나를 너무도 닮았다. 물론 내 사주가 그렇게 생겨먹었기에 내가 이런 성향을 가졌겠지만. 나는 사주에 토가 하나도 없고, 병화가 3개나 있으며 연지와 월지에 신금 두 개가 나란히 병존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이 조급하고 참을성이 없고 인내심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진득하게 뭘 기다리고 하는 법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또 뭐 하나 특출 난 것 없이 이것저것 다 손대도 중간 정도는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셈. 그리고 지독한 완벽주의자.


그래서 나는 어느 곳 하나 제대로 기다리지도 못하고 정리해고 소식을 듣고 난 후 3개월 간 300군데가 넘는 곳을 지원했다. 여기 특성상 답이 느리기는 하다고 해도 다른 친구들은 보면 자기가 진짜 원하는 곳에만 지원하고 늘 여유를 가지면서 생활하는 것 같은데 나는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해결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엄청나게 강하다. 그리고 나를 향한 매우 엄격한 완벽주의자 성향도 있기에 하루에 정해놓은 걸 다 하지 못하면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지난 이틀간 엄청난 신경통이 내 귀를, 두피를 찌르고 또 찔렀지만.


아무튼 3달 동안 300군데가 넘는 회사에 지원하고 여러 경험을 해보니 나는 억지로 참을성을 길러내는 중이다. 사람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기다리는 동안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배우고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태어난 성향은 바꾸기 힘들겠지만,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고, 노력한다고 다 잘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들도 다 아프지만 배워가는 중이다.


1차 면접을 보고 난 후에 연락이 없는 곳도 있고, 1차 면접을 보고 간단한 테스트를 해서 보냈는데 답이 없다가 다시 1차 면접 연락을 받았지만 떨어진 곳도 있고, 회사가 어떤지 홈페이지를 먼저 보고 다시 전화를 해달래서 다시 전화를 했지만 영원히 내 전화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파이널까지 갔지만 떨어진 곳, 1차 면접 결과가 두 달 넘게 걸려 아직도 연락을 받지 못하는 곳 등.. 한국이었다면 느껴보지도 못했을 다양한 과정들을 겪어나가며 나를 조금 더 잘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너무 조급해지기도 하고 현실감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 곱씹으며 자책할 때도 있고, 현실감이 너무 떨어져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 안에서, 이 과정에서 배워나가는 것이 있겠거니, 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니 삶이 조금 다채로워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진 기준은 나만의 기준일 뿐, 남에게 적용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 내 입맛에 모든 것이 다 맞을 수 없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함을 또 느껴본다.


그래도 엿같은 상황인 건 변함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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