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지가 않은가 보지?
마지막 1차 면접을 본 지 한 달이 더 넘어서 드디어 다른 곳에서도 1차 폰 스크리닝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면접을 봤던 적이 있던 곳이었기에 딱히 준비할 필요도 못 느꼈고, 나는 최근에 그 포지션에 지원한 적이 없는데 면접을 보자고 해서 의아했다. 이미 한 번 다 봤는데 왜 또 보자고 하는 거지? 혹시 보이스 피싱인가,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다. 전에 한 번 경험이 있던 곳이라 과정 자체가 스무스하지 않았던 걸 알았지만,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무언가 필요했다. 하루를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간절하지 않았는지 아님 너무 자신만만했었는지도 모른다.
아침 10시 반에 통화하자던 인사팀은 내게 전화를 주지 않았다. 3분이 지나고 나서 조금 뒤에 전화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10분이 흘러도 전화가 오지 않아서 스팸인지 시스템 오류인지 생각하고 아침을 먹으려고 준비했다. 면접을 보면서 10분이 넘게 연락을 안 해주던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기에 시스템 오류가 났다고 생각했고, 그냥 포기했다. '역시 내게 올 포지션이 아닌가 보다'
정확히 10시 30분으로부터 22분이 흐른 뒤에 핸드폰이 울렸다.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세상에 면접인데 이렇게까지 늦게 전화할 수가 있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Hello?"하고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앞선 인터뷰들이 계속해서 밀려서 지금 전화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시작된 질문들. 저번에 봤던 면접과 유사한 질문들이었지만 더 구체적인 질문들이 나에게 쏟아졌고, '이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되냐'라는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라고 말했고, 그녀는 '우리가 올려놨던 잡 포스팅에 있는 설명을 바탕으로 얘기해 줘'라고 했다. 브레인 포그를 이때 쓰는 말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시간을 잘 지킨다' '급박한 상황들에 익숙하다' '꼼꼼하다' 등 할 말은 정말 많았는데 어떻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지. 그렇게 엄.. 엄.. 을 반복하고 'perfect'라고 나의 엄... 을 끊어버리는 그녀의 음성을 듣자 하니 욕이 절로 나왔다. 허공에 대고 입모양으로 'fuck'을 얼마나 외쳤는지. 이제는 귀찮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 질문이 있냐는 그녀의 물음에 인터뷰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이 결과는 언제 들을 수 있는지, 재택근무 일인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물어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끊고 나니 밀려오는 자책감. 어떻게 구글에 그 직업을 검색해 볼 생각도 안 했던 건지 모르겠다. 말로는 간절하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간절하지가 않았던 건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보나 마나 떨어졌을 테니 내가 이 인터뷰의 다음 과정을 알 필요는 없었지 않았을까 싶다. 하, 얼마 만에 온 기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다니. 이미 지나간 거 붙잡아서 뭐 해 매운 거나 먹고 훌훌 털어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