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좀 그만 사
남자친구와의 미래를 꿈꾸다 보니(물론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돈을 함께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함께 모으면, 함께 아끼면 더욱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더욱 결속력이 있어지지 않을까 싶다가도 결혼한 사이가 아니기에 말하기가 애매해질 때가 많이 있다.
나도 옷을 좋아하고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남자친구는 정말 정말 좋아한다. 특히 세일 제품이라면 살 생각도 없던 것들을 사고는 하는데, 나는 그게 정말 싫다. 필요한 거나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하나만 사는 나와는 다르게 남자친구는 세일하는 제품을 사는 편이다. 그렇기에 당장 필요한 물건보다는,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딜이기 때문에'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쓴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고(막 온라인 쇼핑이 생겨나던 G마켓, 옥션 등을 이용해야 하던 때), 그래서인지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 그리고 소재나 사이즈 같은 것도 웬만해서는 반품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그에 비해 남자친구는 애매한 사이즈가 있다면 모든 사이즈를 다 사보고 환불, 반품을 하는 스타일이라 나와 이 부분에서 정말 많이 부딪힌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은 공간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둘 공간도 없고 늘어놓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이기에 가끔은 남자친구의 쇼핑 열정이 나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돈을 쓰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다가도 내가 너무 '절약'에 목을 매느라 현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나 싶기도 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어딘가 이동을 하거나 이직을 해야 할 때도 나만이 아닌 내 곁에 있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고,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는, 어쩌면 나의 가정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10년 전의 10년 후와, 지금의 10년 후는 너무 달라서 덜컥 겁이 난다. 다들 내 나이를 겪고 30대가, 40대가 되었을 텐데 다들 어떻게 지나온 건지.
현재를 즐기라고, 지나간 20대는 오지 않고 미래는 미래의 네가 해결해 줄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만 미래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할 수 있는 결혼은 없겠지만.. 20대 끝자락에서 느끼는 많은 고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끼자 옷 좀 그만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