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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Apr 03. 2024

우리는 '인연'일까

Past Lives

둘이서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를 같이 보면서 내 남자친구는 '인연'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알았다. 그 이후로 그는 우리는 8000겹의 인연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보여주고는 했다. '인뇬'이라고.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는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기고는 한다. 제대로 시작했던 5년 간의 연애를 하면서 그때 친구와 결혼할 거라고 굳게 믿었고, 헤어지게 되면서 영원한 사랑을 부정하던 때도 있었다. 확실히 20대 초반과의 연애와 20대 후반의 연애는.. 느껴지는 게 다르긴 하다.


왜 나는 사람들이 결혼에 조바심이 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결혼은 하면 하는 거고 아님 마는 거지,라고 생각해 왔던 3년 전과는 다르게 친구들이 하나둘씩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위치, 상태도 생각하게 됐다. 나는 당장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지도 모르는데, 내 친구들은 어떻게 시집을 갈 생각을 하는 건지 대단하기도 하고, 나는 아직도 너무 불안정하고 불안한데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 살아가기로 한 이상, 나는 내 친구들과의 삶이 조금 달라질 거라는 각오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든다. 사실 내가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한다고 해도, 그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내 친구들과 비슷해질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지만 가끔은 정말 그냥 물음표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어느덧 자연스럽게 되었다. 결혼은 타이밍이라고 하던데, 나와의 미래를 그리는 첫 남자가 지금의 남자친구지만, 그는 과연 내 타이밍에 맞을까? 그와 오래 연애 후 헤어지겠다는, 마무리 짓겠다는 결론을 내면, 그때의 나는 또 얼마나 불안하고 조바심이 날지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두렵다. 알고 싶지 않던 걸 알게 되는 과정이 싫다. 결혼은, 사랑은 둘 만의 마음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그 과정이 싫고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지만 난 우리가 정답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타이밍은 누가 될 것인가. 그때도 우리는 사랑하고 있을까.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묘한, 알 수 없는 잔잔한 슬픔이 몰려왔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내가 먼저 연락했더라면'이라는 전제가 다 쓸모가 없는 게 '인연'이라는 사실이 생각이 많아지게 했다. 인연은 어떤 모양을 하던 그 자체로 인연이다.


내가 2021년에 밴쿠버가 아닌 토론토로 오기로 하고, 코로나로 인해서 2020년이 아닌 2021년에 유학을 왔고, 2022년에는 준비하던 모든 회사에서 다 떨어져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도중 나와 내 남자친구가 만난 '올버즈' 구인 공고를 봤다. 그리고 용기 있게 지원해 붙게 되었고, 내 전남자친구와의 헤어짐 후 내 지금의 남자친구가 있었다. 이것이 나와 그의 인연이고 그도 나의 타이밍이다.


우리의 인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떤 모양의 인연을 가졌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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