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어
내가 정리해고를 당하고 힘들어하는 와중에 언제 일을 구하게 될 것인지, 빨리 일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그는 단 한 번도 나를 보채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나에게 '여기서 일을 구하기 힘들지' '지금 잡 마켓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래' '난 널 믿어'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위로해 주고 내가 지칠 때, 심적으로 무너질 때마다 그곳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어 주었다.
내가 그였다면, 그가 정리해고가 된 상태라면 내가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옹기가 있었을까? 겉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종종 새어 나오는 조급함은 버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고맙고, 그와 함께 이 시간을 겪게 된 것에 감사하다. 물론 지금 100% 만족하는 직업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잘했다고, 더 나은 곳을 찾을 거라고 말해주는 그가 있기에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아마 나 혼자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금방 털어내고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그가 있었기에 매일은 아니더라도 운동도 하고 바깥으로 나가서 바람도 쐬고 같이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잠깐 왔다가 사라진 토론토의 봄의 날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정말 많은 것을 준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그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줄 거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고, 연인이자 베스트 프렌드가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우리 언니에게도 할 수 없는 말들을 그에게 할 수 있고, 나의 친구들에게 물리적 거리 때문에 공유하지 못하는 것들도 그와 함께 할 수 있다. 그는 나와의 미래를 그리고, 나는 그와의 미래를 그린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내가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잠식되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중에는 나의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가 내게 주었던 좋은 에너지들, 그리고 나에 대한 끝없는 믿음들이 나를 조금 더 빠르게 털고 일어날 수 있게 해 주었다.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나를 달래는 방법을 알려주고, 완벽주의스러운 나의 모습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가끔은 징징거려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오늘은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매일 전하는 나의 사랑이지만, 오늘은 조금 더 무겁게 전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