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했다. 아차 싶었다. 몇몇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을 명확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거늘. 왜 그때 '와 기발한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을까 싶다. 하고 싶은 건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하기 싫은 것은 어떤 게 있을지 왜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내가 진짜 하기 싫은 것 딱 10개만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하기/당하기 싫은 것]
1. 남들에게 굽신거리기
2. 내가 하는 일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기
3. 매일 똑같은 일 반복적으로 하기 (단순 업무)
4. 느린 페이스로 일을 해야 하는 일
5. 발표를 많이, 자주 해야 하는 일
6. 변동성이 너무 잦아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 일
7. 사실이 아닌 것으로 누군가 우겨서 내가 그 사람 입맛대로 바꿔야 하는 일
8.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서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상사와 일해야 하는 것
8. 기준 없이 한 사람의 주관대로 일이 좌지우지되는 것
9. 내가 만든 업적/일 다른 사람이 가로채는 것
10. 효율성 떨어지는 일
사실 이렇게 10개를 얘기했지만 따지고 보면 싫은 일은 정말 많고 당하고 싶지 않은 상황도 정말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싫은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은 정말 어려웠고, 그 일을 내가 막상 당할 때 불평하기만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만큼 하기 싫은 것도 정확히 말로, 글로, 단어로,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그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싫은 상황에 불평불만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말로 뱉고 글로 쓰려고 하니 생각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된 시간이었달까?
싫어하는 일을 직접 단어와 문장으로 생각해 내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하고, 어떤 일을 당하기 싫어하는지 그리고 또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데의 첫 시작이다. 좋아하는 것을 아는 만큼 싫어하는 것들도 명확히 해야 그 상황, 일을 피해 갈 수 있고 그런 상황과 일에 나를 몰아넣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하는 걸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지키는 힘이 생기고 나의 기호를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불상사를 만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기에 쓰지 못한, '내가 싫어하는 일'은 정말 많고 한도 끝도 없지만, 이번에는 '일'에 관련되어서만 집중해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현재 상사를 겪으면서 싫어 나는 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런 경험들로 인해 내가 어떤 것을 정확히, 디테일하게 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니까.
부정적인 상황/생각들도 좋은 배움으로 맞이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더 튼튼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좋은 연재글이 되기를! 세상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혜안을 줄 수 있는 글이기를 오늘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