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권에서 자라온 우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겸손하라고 배웠고, 남들보다 튀게 내 자랑을 해서는 안되고, 조화롭게 살아가라고 배웠고 그게 미덕이니까. 실제로 내가 가진 것을 떠벌리는 사람들보다는 떠벌리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더 호감도가 높다(나 또한 겸손한 사람이 더 좋다). 하지만 오늘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봐야겠다.
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과 부러움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고 당연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칭찬은 너무나 박하다. 늘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부정하고 어떨 땐 낮게 보기도 했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내가 부족한 것을 말하는 건 너무나도 쉬우니까. 예를 들어보자면,
[내가 가지지 못했고 부러운 점]
1. 큰 키 (나는 156cm로 꽤 작은 키를 가졌다.)
2. 좋은 비율 (나는 무게가 아래로 실려서 약간의 하체 뚱뚱이 형 + 짧은 다리)
3. 우아한 말투 (나는 호탕한 편에 속한다.)
4. 뛰어난 미모 (잘생기고 예쁘면 살면서 유리한 건 사실이다.)
5. 무엇이든 잘 해내는 손재주 (없는 편은 아니지만 애매하게 있어서 힘들다.)
6. 하나를 파고 끝까지 해내는 능력 (스페셜리스트는 글렀다.)
7. 공부 머리.. (곧 잘 해낸 편이기는 하지만 공부는 진짜 싫다.)
8. 무거운 엉덩이
9. 언어 실력 (4개 국어를 하고 싶은 나)
등등이 있을 수 있다. 늘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의 부족한 점만 보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남들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나만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내가 생각한 나의 매력]
1. 건강해 보이는 피부색 (까무잡잡한 편, 난 그게 싫지 않다.)
2. 체형에 맞게 옷을 잘 입는 패션 센스
3. 따뜻하게 말해줄 수 있는 스피치, 글쓰기 능력과 공감능력
4. 좋은 회복 탄력성
5. 미래에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지력과 꾸준함
6. 웃는 표정
7. 웃기게 말하는 재치
8. 사람들 마음을 잘 아는 센스 (주변 사람 잘 챙김)
등이 있을 것 같다. 나의 매력은 나의 단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도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단점]
1. 성격이 매우 급한 편
2. 일희일비 잘함
3. 약간의 강박증 (특히 정리 - 생각 정리, 주변 정리, 매일 일기 쓰기 등과 같은..)
4. 예민한 편 (맛, 소리, 냄새 등등)
5. 말에 가시가 있을 때가 있음
6. 이것저것 찔러보기만 하고 마무리가 약함
정도가 생각이 난다. 나의 단점을 다른 말로 표현해서 순화를 해보자면,
성격이 급하다 -> 행동력이 좋다
일희일비를 잘한다 -> 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이기에 더 나은 과정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강박증이 있다 -> 평소에 정리정돈을 잘한다
예민한 편이다 -> 세심한 편이다
말에 가시가 있다 -> 필요에 따라 솔직하고 날카로운 분석이 가능하다
이것저것 시도한다 ->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 현재 N잡러
라고 말을 풀어쓸 수 있다. 이건 동시에 나의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수단'이자 '방법'이 될 수 있다. 브런치를 연재한 지 3주, 3번의 글을 쓰면서 나는 나에 대한 셀프 브랜딩을 조금 더 뾰족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느낀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나의 단점부터 시작해서 그 단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이것저것 찔러보고 다 시도해 보는 나를 보고 스페셜리스트는 절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 나는 제너럴리스트의 삶을 살아봐야겠다고 정해 가고 있다.
제너럴리스트라면 다양한 일을 할 테니 정리정돈이 필요하고, 세심하게 나의 일을 돌봐야 하고 행동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나의 상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할 수도 있고, 내가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단호하게 얘기할 수도 있을 거다. 나는 이렇게 나의 단점에서 시작해서 그 모든 것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더 나아가 나의 '매력'이라고 불릴 수 있게끔 써 내려가고 있다.
아직 100%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매력을 찾아가면서 그 이야기를 남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