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 나의 이별
2022년 4월에 나의 학기는 끝이 났고, 함께 칸쿤을 다녀왔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휴식이었고, 함께 처음 해외여행이라 설레는 마음이 컸다. 칸쿤에 다녀온 후에 우리는 크게 싸웠다. 왜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화해하고 우리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6월에는 나의 졸업식이 있었지만, 일 때문에 바빴던 그는 오지 못했다. 당연히 이해했다 일이니까. 학교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졸업을 하고 난 후에 일을 구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에게 나의 초조함을 이야기했다. 그도 이해했다. 나의 급한 성격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6월에 여러 군데에서 면접을 봤지만, 몇몇 회사는 마음에 들지 않아 2차 면접은 보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회사는 다 떨어졌다. 그러다 무급 인턴을 하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도 구하게 됐다. 그게 7월이었고, 7월과 8월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의 직업 특성상 여름에 가장 바쁜데, 그 또한 그 당시에 매우 바쁘게 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였을까, 우리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게? 아니면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9월에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했다. 마침 친구의 친한 친구들이 미국과 캐나다에 있어서 각자 남자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다. 함께 기대에 부풀며 5월에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샀다. 이때는 이 미국 여행이 이별 여행이 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그 미국행은 우리에게 이별 여행이 되었다.
아, 7월에는 이상하게 내가 좋다고 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흔들렸던 걸까? 내 남자친구는 나를 보러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만큼 서로 바쁜데, 내가 그를 보기 위해서는 한 없이 기다려야하는데 이 사람들은 내 남자친구가 부럽다고 했다. 그래도 Y는 변함없이 다정했다. 나의 남자친구였으니까. 퇴근하는 나를 데리러 와서 함께 집으로 가서 저녁을 시켜 먹는 게 우리의 데이트의 전부였지만. 나도 왜 우리가 헤어졌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바쁘기 전에는 분명히 엄청 사랑했는데, 6월까지만 해도 우리 사이는 정말 좋았는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일을 하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Y에게 발목을 접질렸다고 말했고, 나를 좋아한다는 그 사람에게도 말했다. Y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나를 좋아한다는 그 사람은 내가 집에 간 뒤에도, 그다음 날도 나의 발목에 대해 물어봤다. 비참한 기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바빠지기 시작했던 7월부터 서서히 이별을 하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Y도 노력했고 나도 노력했다. 최소한의 남자친구, 여자친구 도리를 하려고 했다.
언젠가 Y가 혼자서 스페인 여행을 하고 토론토로 돌아온 후 나를 보고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너를 보니까 진짜 집에 온 느낌이 들어."
내가 그에게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행복했던 말. 누군가에게 이렇게나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랬던 우리가, 그에게 집과 같았던 내가, 이제는 서로를 떠났다.
하루는 내가 출근을 하고 그가 우리 집에서 나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집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고, 캐나다는 대부분 열쇠를 쓰고 있기에 그가 나에게 집 열쇠를 가져다줘야만 했다. 사무실 밑으로 찾아온 그는 열쇠를 주고 그냥 돌아섰다. 우리의 포옹과 가벼운 입맞춤은 거기에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이별을 직감했다. 사무실에 올라와서 눈물을 참고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쏟았다. 급한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그에게 아주 중요했던 문제라는 것을 알았지만 뭔가 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계속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친구 결혼식을 가기 하루 전날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헤어지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내가 울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우니 무섭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틀림없다. 그런데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내 인생에 그가 없는 게 상상이 안되던 날은 사라지고, 내 인생을 그와 함께 해나가는 게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와 그렇게 꾸역꾸역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헤어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없는 토론토에서의 나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 주러 가기 전 날, 우리는 이별을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