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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un 23. 2022

우리는 모두 거리가 필요하다.

나는 마음이 편해


"기록하는 삶은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워낙 글쓰는걸 좋아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외로울 때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참 불안한 사람이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예민한 기질, 조급한 성격, 그리고 불 같은 성질.


모두 아빠를 정확히 닮았다.


그래서 아빠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캐나다에 온 지 1년이 된 지금, 나는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알았다. 우리는 모두 거리가 필요하다. 그 거리를 알기 위해 나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견뎠다.


누군가 크면서 한 번은 자신의 부모를 원망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많았고,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수천번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하지만 이제는 다 이해한다. 다 용서했고, 미웠던 마음, 증오하고 싫어하던 마음이 모두 없다.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다.


그 과정에는 독서가 있었고, 글쓰기가 있었다.


나와 5년간 만나던 전 남자친구와의 끝맺음도 모두 거리가 부족해서였다. 너무 어렸고, 또 모든 것이 서툴렀던 그때는 나 스스로와 친하지도 않았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몰랐던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시기 모두에는 글쓰기와 독서가 있었다.


이렇듯 힘든 시기를 겪고 나면, 우리에게는 모두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흔히 가족이라면, 친구라면, 이라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남이다. 각자 다른 사람이고 다른 생각을 하고, 또 다른 감정을 갖는다. 그리고 나는 이것들을 받아들이는데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다. 너를 인정하기까지, 너의 경계와 마음을 존중할 때까지 너무도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는 모두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해외에 살면서 외로운 적은 없었냐, 혼자서 슬프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와 가장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시기가 되었고,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과정이었기에 외롭지- 물론 남자친구와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었기에 덜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않았다. 한 발 떨어져서 본 우리의 가족의 모습이, 뜨겁진 않더라도 미지근한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지 한 번 더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괴로워하고, 또 해답을 갈구하며 살아가니 어느 순간 길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급한 마음에 항상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또 걱정하며 살아가는 내가 안쓰러웠다. 나는 미래를 살고 있었고, 현실에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캐나다에 살면서 그런 것들을 많이 알아간다. 여기 사람들의 여유로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미래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알아간다.


나는 여기에서의 삶이 좋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 시작한다. 조급해지다가도 다시 차분해지고,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보다는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치열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좋다. 내가 무엇인가 꼭 이뤄내야만 성공한 삶이라는 프레임이 없어서 좋다. 나의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 좋고, 또 내가 은연 중에 가지고 있는 습관들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아직은 불안하고 또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되어서 좋다.


나는 글의 힘을 믿는다. 생각의 힘 또한 믿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읽게 되는 사람들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이 방 안의 온도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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