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에코백이 더 편한데요?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패션을 공부한 나는 당연히 많은 브랜드를 알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이고, 당연히 명품 브랜드까지.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명품과는 거리가 멀었고, 지금도 비싼 옷은 사고 싶지가 않다.
그런 나를 보고 '너는 패션 공부하는 애가 맞냐'면서 나를 놀리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20대 중후반이 된 지금은 명품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명품을 소비하고 싶지가 않다.
캐나다에 와서 학교를 다니며 한국인 친구를 만났고, 알고 보니 그 친구가 나의 험담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험담 내용이 '그 언니는 명품 하나도 없잖아'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집은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상대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저급한 험담에 씁쓸해졌다.
차라리 내 외모로 뭐라고 하던지, 아니면 내 성격이 싫다고 하던지, 명품이 없어서 욕먹는 건 또 처음이다.
나는 지금 이 세대, 내가 속해있는 세대의 소비 습관이 싫다. 나와 맞지도 않고, 내가 따라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싫지도 않고, 다 각자의 기호이고 알아서 살겠지, 싶은 나에게 '명품이 없기 때문에' 욕을 먹어야 했던 건 꽤나 충격이었다.
명품을 소비하지 않으면 가난하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내가 진짜 가난했으면, 진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으면 어쨌으려고 그런 말을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상대할 가치가 없었지만, 그런 마인드셋이 나를 씁쓸하게 만든다.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세상에 나를 다 보여줘서 나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냥 누가 뭐라고 하던 담담하게 나의 길을 가면서 진가를 보여줘야 하는 게 맞는 건지 너무도 헷갈리는 세상이다.
나는 명품이 필요가 없다. 에코백이 더 편하고 운동복이 더 편한 나는 그냥 나대로 살고 싶다.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자랑하지 않아도 몸에서 태가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나 또한 보이는 것으로 사람들을 판단하지 말아야지, 배우게 된다.
그래, 이런 일에도 내가 배우고 앎을 좇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
명품보다 값진 걸 얻었고, 그 친구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나는 내 자체가 명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