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두 달 반 만에 눈물이 났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by Sean

어느덧 2023의 연말. 캐나다는 한국과 다르게 크리스마스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나의 남자친구 또한 크리스마스는 어머니의 생신이라 크리스마스이브에 집을 떠나 크리스마스 당일에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혼자 있던 집. 괜스레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단어가, 그 느낌이 주는 쓸쓸함이 몰려왔다. 하루를 잊고 싶어 느지막이 눈을 떴고, 이상하게 몰려오는 공허함. 이런 공허함이 대체 왜 정리해고 소식을 듣고 난 두 달 후에서야 느껴지는 건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이 되니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어 졌다. 괜히 연말이 주는 그 분위기가 나를 더 센치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캐나다에 온 지 내년이면 4년 차가 되는데, 처음으로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어 졌다. 애써 웃어 보였고, 한국에서 함께 했던 일상생활들이 그리워지고, 또 나의 정리해고를 모르고 날 대단하게 생각하는 엄마 아빠의 미소가 비수가 되어 꽂혔다. 1시간이 넘는 영상통화도 아빠의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져 끊었다. 엄마, 아빠 나 이번에는 진짜 끊기 싫은데 조금만 더 통화하자,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통화를 끊고 밀려오는 쓸쓸함과 공허함이 나를 뒤덮었고, 그 공허함을 어떤 걸로 채울까 하다가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떡볶이를 시키고 연말부터 읽기로 한 원서 책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했다. 떡볶이가 도착하고 우걱우걱 씹으며 허한 속을 채우기 위해 계속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정리해고 소식을 듣고 두 달 반 만에 엉엉 목놓아 울었다. 마음이 너무 공허해서, 다들 따뜻한 연말인데 나는 따뜻하지 못한 것 같아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냥 눈물이 났다. 생리 전이라 호르몬 때문인 것 같았지만 그냥 오랜만에 혼자 울었다.


울고 나니 웃음이 났다. 20대 후반인데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게 짠하고 웃겨서, 사람이 이렇게 호르몬의 노예가 될 수 있구나 싶어서. 어쩌면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희망 가득 차고 동기부여가 가득했던 작년 연말과는 사뭇 다른 2023년의 연말이지만, 감사하게도 또 슬프게도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아니까 좌절할 필요는 없지 싶다가도,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마음과는 또 다르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내 마음이 밉다. 도대체 어른은 언제 되는 걸까. 엄마 아빠가 필요하지 않아 지는 나이가 오기는 하는 걸까?


버티면 언젠가 내게 올 기회들이 있다는 걸 아는데 왜 내 마음은 자꾸만 지쳐가는 건지 모르겠다. 나의 아픈 27살의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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