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기적이 있을까?
어느덧 2024년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 연휴가 끝나자마자 날아온 1차 탈락 이메일. 집이랑 가까운 회사라서, 연봉이 높아서 살짝 기대했지만, 7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을 구하고 있었기에 그냥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연초부터 거절 메일은 조금 씁쓸했지만.
나의 마지막 근무일 2023년 10월 13일 이후로 약 세 달이라는 시간으로 속절없이 달린다. 이제는 거절이 두렵지도, 인터뷰가 긴장되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달이면 해낼 줄 알았던 내가 어느덧 세 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니. 솔직히 파이널까지 갔던 회사에서 나를 뽑아줬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신입'을 뽑는다던 그들이 내게 원했던 건 3-5년 차가 아는 지식이었기에 억울함 반 티스푼 정도 느꼈기 때문에.
또 하염없이 스크롤을 내리고 내리다가 발견한 파이널 면접과 같은 회사 다른 부서. 나는 여성복을 선호하지만, 그 부서는 남성복이었다. 같은 'assistant fashion designer'라는 직책. 워낙 복지도 좋고 월급도 괜찮은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주저 없이 지원했다. 일단 그 회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부서를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얘기했던 리쿠르터의 말을 생각해 냈다. 들어가기만 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지만, 여전히 연락은 언제 올지 모르겠다. 여성복을 지원했을 때와 같은 운이 내게 와줄지도 의문이다. 아마 같은 리쿠르터가 사람들을 뽑는다면 내가 안 뽑힐 수도 있겠지.
1차 면접을 본 두 곳 중 하나는 떨어졌고(위에 첨부한 메일), 하나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게 아직도 사람을 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스팸 메일에 빠져 있던, 포트폴리오를 요구했던 곳에서도 연락이 없다. 나 원 참.. 사람을 구하고 있는 건지조차도 모르겠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끝없는 지원과 기다림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연초가 되니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 놓으라는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올해는 영주권도 지원할 생각이고, 다음 달이면 한국에서 친언니가 놀러 온다. 언니도 곧 결혼을 할 것 같아서 모아두고 싶은 돈(언니 축의금, 한국 결혼식 참석을 위한.. 그런 종잣돈들을 비롯한 나의 적금이나 뭐 등등..)은 많은데 나는 아직 너무 볼품없다. 한국 나이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나는 올해 29살인데, 내가 생각하는 29살은 이게 아니었는데, 현실과 이상이 이렇게 다른 게 맞는 걸까? 10대 때 바라보았던 29살은 조금 더 단단하고 또 어느 정도의 재산도 있고 안정적이라 생각했지만(혹은 집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이 29살은.. 사뭇 다르다. 일명 '윤석열 나이'라고 불리는 제도가 도입돼서 아직 27살이라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난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다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이번 해에는 더 좋은 운이 들어올 거라고 나를 위로하지만, 새해라는 핑계의 유통기한이 언제 끝날까? 3월? 4월?(왜냐면 3월에는 취업해서 4월에 영주권 신청을 하고 싶은 나의 소망)
지금부터 면접을 봐도 2월 말에나 입사할 텐데.. 지금으로부터 8주 뒤에는 내가 이 연재글을 그만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 되면 또 다른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나를 덮치겠지만 그건 그때 생각할래. 하~ 직장인의 삶은 직장이 없어도 있어도 불안하다. 내가 워낙 바쁘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터라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 이건 진짜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