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 익스프레스?

by 문윤범


그건 계획적이지 않았고 우발적인 살인이었다. 급작스레 잡아당긴 방아쇠로부터 시작된 충동의 결말 같은 것이었다. 누구도 그러한 순간이 찾아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넓은 벌판에서 총소리가 울릴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새는 있던 곳을 떠나 다시 나는 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도 잠이 들기 전 다시 깰 것을, 다시 잠들 것을 알지 못했다.

하루가 지났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바깥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TV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녀는 없었다. 한참을 침대에 누워 있던 그는 방을 나와 냉장고 앞으로 갔다. 그곳 안에는 물이 있고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계란이나 김치 같은 것들이 있다. 딸기잼이 유리병에 담겨 있다.

식탁 위에는 식빵이 있고 우유 한 잔을 컵에 따른다. 아침부터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인터넷 기사를 읽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터미널 의자에 놓아둔 채로 왔다. 그리곤 떠났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그것을 발견했는데 머지않아 경찰이 터미널을 찾아온다.

"CCTV 영상 좀 보고 싶은데요."

김승주는 폰을 손에 쥔 채 말했다. 그것은 비닐에 담기고 경찰서로 옮겨져 곧바로 분석당할 할 테다. 윤지훈은 김 팀장을 따라 2층 상황실로 간다. 계단을 오른다.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을 테지만 그것은 역사를 의미한다. 터미널 구조는 복잡하지 않았고 건물의 크기도 작았다. 그곳은 작은 도시였다.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쓴 남자가 카메라 속에 있었고, 의자에 앉아 있던 그가 일어서자 그곳에는 검은 물체 하나가 놓인 채였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가 있던 자리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걸레로 바닥을 닦던 중년의 여자가 그것을 목격했고 그녀는 그것을 손에 쥔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서울행 버스에 오른 그는, 그가 서울로 간 것을 확인한 김승주와 윤지훈은 상황실을 나왔다. 정수기 물을 배달하러 온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곳을 나서는 두 사람을 본다. 전화벨이 울린다.

세면대 앞에 서 물을 틀어놓고 있던 그는 그것을 잠근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아닐 텐데도 전화기 앞으로 다가선다. 끝내 그것을 들었을 때 수화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어미의 것이었다.

"집에 있니?"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 며칠 어디 있다 올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내 방 화장대 서랍에 돈 있으니까 써..."

그녀는 전화를 끊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는 방으로 가 화장대 서랍을 연다. 그는 서울에 올 것을 예상한 적 없었다. 그곳에서의 여행을 그려본 적 없었다. 소파에 앉아 TV도 켜지 않은 채 창문 밖을 보는 시선은 떠날 곳을 알지 못한다. 뿌연 하늘만이 두 눈을 가득 채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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