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상범과 조상영이 함께 전학을 왔던 일을 잊지 못한다. 그것도 같은 반에 말이다. 우린 6학년 4반이었다. 똑같은 얼굴과 머리 스타일, 옷까지 한 쌍으로 맞춰 입혀져 마치 실험용 생쥐를 보는 듯했다. 곧 장갑을 껴야할 듯, 돌연변이 같은 것이 나타났다는 생각에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다가갔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상범과 상영의 주위로 몰려 들었고 어떤 녀석은 곧 손이라도 갖다댈 듯했다. 그들은 외계인도 미확인생물체도 아니었다. 그저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이 내가 경찰이 되는 데에 어떠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나를 두고 떠나간 그녀 때문이었다. 나를 쓰러뜨렸다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는 어쩌면 그것이 더 강렬한 기억이었는지 모른다.
경찰서로 돌아가는 길에 걸려온 전화, 화면 위로 뜨는 것은 수아 엄마라는 네 글자였다.
"오늘 늦게 들어와?"
일주일 전 수아의 돌잔치를 했다. 그러니까 핸드폰에 저장된 그녀의 이름을 바꿔놓은 것은 일 년 정도 된 일이다. 아직 그녀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옆에 있으면 전화할 일이 없다. 내 핸드폰을 가지고 가 연락처를 파헤치는 두더지 같은 여자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바뀐 이름을 확인한 적이 없다.
"밥은 먹었어?"
"수아는?"
수아는 놀다 지쳐 잠들었을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사라지지는 않았을 테니 걱정하지 않는다. 우린 학원 앞에서 사라진 여중생의 실종 사건을 맡았고 그녀의 실종 전 동선과 행적들을 살피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형사로서의 의식이 흔들릴 것 같아 그랬다. 성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 예로 박윤철은 사건이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갈 때까지 천하태평이다. 불안을 가지고 시작하는 나와는 조금 달랐다.
그는 먼저 퇴근했다. 해장국에 소주 한 병까지 나눠 마시곤 헤어졌다. 이 밤의 불빛들은 흔들리며 위태롭다. 그게 나를 다시 콘크리트 속으로 밀어넣는 동기가 된다. 나는 밝고 환한 LED 등을 선호한다.
그 아이는 부모와 특별한 갈등이 없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학교 선생 한 명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친구와의 카톡 대화 내용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남자였고 그들은 그를 변태라 불렀다. 그러나 ㅋ자를 연속으로 써가며 이야기한 것을 볼 때. 지금은 그저 박윤철이 변하는 모습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개인적으로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형사님, 저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아이가 돌아오는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형사님도 꼭 균형을 잃지 마시고 수사를 진행해주십시오. 돌덩어리가 누르고 있는 이 심장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형사님,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대학교때 어떤 선배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선배님은 왜 저를 싫어하냐고 술에 취해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답장이 오기까지 그 10분 정도의 시간이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 할 뿐이다. 그 사이 그는 그 글자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돌아온 대답은 너무도 허무한 것이었다.
'나 너 안 싫어해.'
10분 정도가 지나서야 실종된 아이의 아버지에게 답장을 했다.
'잘 알겠습니다. 수사는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으니 마음 편히 가지십시요.'
나흘 전 그 존재를 알게 된 아이의 실종은 일생을 함께 해온 가족의 상실감과 차마 비교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사건일 뿐이다. 나는 직업의식을 놓지 않을 테나 그들은 언제라도 끊어질 듯한 희망의 줄을 힘겹게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