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눈에 기억될

by 문윤범


영화 제작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에는 영화의 제목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영화를 최고로 꼽을까. 역대 흥행 1위 한국 영화는 '명량'이다. 하지만 관객 동원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해서 최고라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비평가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나는 누가 봐도 재밌어할 만한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나 '극한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이 꼽는 1등 영화들은 아니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제목도 정말 인상적이다. 그러나 난 조금 더 완벽하기를 원했다. 결국 '전설의 고향'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 반복되는 패턴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소설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 작품은 잘 모르겠고 나는 서점에 가면 항상 '상실의 시대'를 한 페이지씩 보고는 한다. 역시 전설의 고향과 같은 방식이다. 원래 제목인 '노르웨이의 숲'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어릴 적 TV가 끼친 영향이 고스란히 전달된 것처럼 느껴진다. 출판사에서도 당연히 제목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힘이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감각적이면서 보다 쉽게 읽힐 수 있는 제목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여유 있지 않다. 머리 아파한다. 여유를 찾기 위해 하는 행위 속에서 다시 복잡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물론 인생 한두 편의 예외적인 작품은 있겠지만 말이다. '범죄도시', '국제시장' 같은 영화는 또 약간 '전원일기' 풍이다. 그건 '설국열차' 또한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려워도 이야기 전체를 더 쉽게 표현해 줄 수 있는 제목들을 원한다. 어떠한 예가 있다고 하기 전에 내가 그러한 시도들을 하려 애쓴다. 첩보 소설을 쓴다면 '배신자들', '위험한 거래' 같은 제목은 최대한 배제할 것이다. '스파이 전쟁' 같은 제목은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303569_326494864098701_2110436161_n.jpg


내 어릴 적엔 '양들의 침묵' 같은 유명한 헐리웃 영화가 있었고 또한 네 글자로 된 무수한 홍콩 영화들이 있었다. 그것을 오마주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벌써 그런 제목 하나를 떠올린다. '산해진미'. '음식남녀'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작은 소망도 있기에 그렇다. 영화 '헤어질 결심' 속에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이 가지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주인공 해준과 숨겨진 주인공쯤으로 이야기되는 산오, 그들의 이름 첫 글자를 합치면 '산해'가 되는 것도 알 수 있다.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는 세 글자 이름 제목이면 흥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렇게 지어다는 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원래 아멜리에가 아니라 아멜리였다.

내가 아이를 낳으면 난 그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제목을 정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것이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일지 모른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큰 사업이고 절대적으로 이윤이 필요한 일이라면 말이다.


377940_214077105340478_1224207080_n.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남길과 박해일, 전도연과 탕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