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진미1

by 문윤범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면 안다. 2시 40분 문 종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그라는 것을 안다. 그는 소주 한 병을 사 간다.

그의 주머니로부터 1950원을 돌려받는 일은 이바구길 168계단을 걸어 오르는 일만큼이나 힘들다. 그 사이 두세 명의 손님들이 오고 가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파출소 순경들은 담배 한 갑 사러 오지 않는다. 이 과정을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겨버릴 모노레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 온갖 희귀하고 진귀한 것들. 그의 머리는 듬성듬성 흰머리가 났으며 한쪽 턱은 올라갔고 늘 민소매 차림이었다. 안주는 먹지 않는 듯 마른 몸이다. 4시가 되면 청소를 했는데 곧 움직일 준비를 하라는 뜻이었다. 이 세상의 이치를 전하려 태어난 몸이었던 것이다. 그가 입을 벌릴 때 나는 냄새를 잊지 못한다. 그곳 안에는 분명 누군가가 있다. 오래도록 씻지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도 않은 거리의 철학자, 아니면 그냥 비렁뱅이.

그마저도 50원은 돌려받지 못한다.

"매일 이 시간에 담배 피우시네요?"

누군가가 있다 떠났기 때문이다.

"힘들죠?"

새벽 시간에 오는 손님들 중에는 그래도 가장 멀쩡한 사람이다. 늘 셔츠를 입고 다니며 머리는 정돈돼있었다. 혀가 꼬여 언어적으로 길을 잃은 사람들과도 달랐다. 그에게서는 술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편의점의 사장이었다.

이상한 사람도 많다. 아니, 어두컴컴한 밤이어서 그럴지 모른다. 무대 위의 연기자는 조명 불빛을 받을 때 더 돋보이지 않는가. 벙거지 모자를 쓰고 들어온 그 여자는 내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네?"

나는 돈이 없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 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가 하는 말은 그랬다.

"그럼, 그 돈통에 든 돈을 좀 빌려줄 수 없을까요?"

이것은 과연 부탁인가 협박인가. 내가 그 부탁을 들어줄 때 나는 공범이 되는 것인가. 만약 거절하면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저지르기라도 하지 않을까. 창문 밖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를 살핀다. 그 순간에도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저희 사장님이 바로 저기 저 아파트에 사시거든요. 전화 한 번 해볼게요."

그 순간 나는 사장이 그리웠다. 그랬더니 그녀는 그만 떠나고 만다. 그 모습이 마치 대출받지 못하는 신용불량자의 뒷모습과도 같았다.

마치 전사의 심장을 가질 것만 같다. 이런 저런 손님들을 하나씩 쳐내다보면 마치 곧 승전보를 울릴 전쟁터의 군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해가 뜨고 내 눈은 희미해진다. 결국 감기고야 만다.

"담배 한 갑 주세요."

아침마다 담배를 찾는 그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알람소리와도 같다. 그에게는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나는 왜 그가 올 시간에만 조는 걸까.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다. 왜냐면 그는 웃지도 울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곱 가지 반찬 도시락이 남았다. 기적 같은 일이다. 오늘 같은 하루도 드물었다. 고등학생 한 명이 문을 깰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그리고 그걸 구매해 렌즈에 데워 먹는다. 나는 오래도록 그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미안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오모가리는 뚝배기의 전라도 방언이다. 결국 눈에 들어온 것은 오모가리 김치찌개. 오늘 하루는 컵라면으로 끝나지만 내일은 분명 다를 것이다. 나는 언제나 중국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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