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

by 문윤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71년작 'Duel'은 영화가 가지는 첫 번째 매력을 알게 하는 작품일지 모른다. 영화의 첫 몇 장면들을 보면서 왜 그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단지 가능성에 불과한 것이었다. 실제로 그의 영화는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차 한 대로 쭉 드라이브하는 것 같은 영화에서 무언가가 계속 더해지고 더해진다. 인물, 배경, 음악 등등... 또 새로운 이야기들.

2005년작 '뮌헨'을 보면서는 꼭 그의 스타일을 간파할 것만 같았다.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나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꼭 등장하고, 마치 소설책을 읽는 듯한 대사들이 나열되는 등. 그 영화에서는 주인공 남자가 아예 주방을 탐하기 시작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감독이 스파이의 여성적 면모를 드러내 보이면서 남성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도마저 있다고 느꼈다. 마치 한 방향으로만 가는 듯한 Duel의 연출 방식에서 크게 변모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1971년으로 가보니 그 영화가 진짜 스필버그 영화가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movie_image (94).jpg Munich, 2005


사실 난 그의 연출 방식이라는 것을 몰랐다. 스필버그 영화의 스타일이라 규정할 만한 근거조차 가지고 있지 못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너무 어릴 때 봐서 생각도 잘 나지 않는 'E.T.', 그러나 가장 최근에 본 영화 '링컨'이나 '더 포스트'를 보면서 인물들을 어떠한 구도 안에 두고 그들이 이야기하도록 하는 장면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들은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대사를 한다. 팔첩반상을 차리듯 다양한 재료들로 언어를 버무려 반찬을 만든다. 나는 마치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기 있는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도 갖춰 상업 영화를 만드는 데에도 능하다.


movie_image (96).jpg Munich, 2005


이러한 연출 방식의 영화가 소설을 읽는 사람들의 숫자를 줄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더 이상 소설을 읽을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는 손을 쓰지 않고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눈도 더 편하다. 더욱이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더욱 개인적인 공간에서 그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사람은 아마도 소설에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럴 권리가 있는지 모른다. 반대로 그건 소설을 더욱 진화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소설은 어떻게 영화처럼 찍을 수 있을까. 읽기보다 보기를 권한다면. 그런 면에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슬픔이여 안녕'을 추천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녀는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같은 멋진 문장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이다.

한편으로는 자기개발서에 대한 어떠한 경계심을 가지기도 했다. 이해해야 하는 글자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감추지 않았다. 소설이 발전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자기개발서든 교과서든 그런 것을 만드는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문학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난 스필버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역시 스필버그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의 생일이 12월 18일이라는 것에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이라는 것을 알 때 나는 그와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일까.


movie_image (97).jpg Munich, 2005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손을 뻗기 위해, 혹은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리기 위해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가능할까. 그저 살 곳이 좁아져 그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도 결국 살 곳을 되찾고 잃어버린 일이 중요한 원인이 되지 않았던가. 나는 팔레스타인에서 온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또한 시오니스트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같은 날 태어났지만 태어난 연도가 서로 다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해진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