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데가 만은요?"
"오빠는 여길 좋아해서 매주 집에 와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저 행복할 때가 있다. 영화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나는 적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보는 장소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생각한다. 나 역시 극장을 좋아했고 좋아하지만 점점 힘들어졌다. 경제적 궁핍과, 또는 홀로 봐야 하는 영화를 주말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선택해 볼 수 없었고 심지어 부산을 떠나 김해에서 보는 경우도 생겼다. 그냥 노트북 앞에서 보는 것이 마음 편하다. 언젠가부터 극장에 가는 일이 도전이 되는 기분이었다.
극장에는 여전히 커플이 많다. 극장이 데이트 장소가 된 것도 원래의 목적에서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도 그런 식으로 진화해왔다. 그들의 사랑을 지루하게 만들거나 방해하지 않을 영화. 곧 입소문을 타고 유행처럼 번질 이야기.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는 어떻게 미국에서 흥행했을까. 그 시절 미국 관객들은 어떤 목적으로 영화를 보았던 것일까.
나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며 주말이면 보데가 만으로 가는 일상을 꿈꾸게 됐다. 부산에 사니 울주 서생 정도면 좋겠다. 과거 개그맨 김영철이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것을 보고 서생의 일상적 풍경에 사로잡혔었다. 근방 지역은 미역으로도 유명하다.
보데가 만 새들의 습격. 조류를 연구 대상으로 여길 만큼 그들에 깊은 관심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새라는 제목 때문에 보기를 계속 미뤘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관객들을 이끄는 능력은 어쩌면 단순한 힘에 있는지도 모른다. 서스펜스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면 자신만의 하나의 패턴을 완성시켰다는 것일지 모르겠다. 여주인공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런 그녀를 누군가가 뒤쫓는다. 스스로 도망가는 것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번에는 주인공이 누군가를 찾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뭔가 낯선 분위기를 자아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히치콕 영화에서는 금발의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검은 머리나 갈색 머리를 한 사람들이 그녀와 다르게 보인다. 그런 그들이 의문의 대사 하나를 던지면 곧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울주 서생이 아무 이유도 없이 서스펜스의 무대가 된 것이 아니다. 부산을 떠난 내가 여러 이상한 감정들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돌연 새들이 사람들을 습격한다. 하지만 새는 이야기의 주체에 지나지 않는다. 카메라는 새장 같은 공간에 갇혀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더 주의 깊게 비추는 듯했다.
배우들의 대사는 침을 고이게 했다. 그저 평범한 목소리 같았지만 어쨌든 배우들이니 발음도 정확하고 듣기 좋은 소리들을 냈다. 후반부 마을 술집에서의 대화들이 가장 흥미롭고 재밌었다. 까마귀와 검은새의 차이, 그들의 학명에 대한 것이나 별로 쓸모 없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지만 그 사소한 캐릭터들의 구축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시퀀스였다. 그리고 다시 새들이 습격한다.
이 영화는 조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보데가 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였다. 주인공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났을 때 벌어진 일이다. 멋진 도로를 달릴 때 영화를 보는 사람은 없다. 비행기가 구름 위를 지날 때 영화만 보고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데 영화 속에서 멋진 차가 도로를 달리고 비행기가 구름 위를 난다면 푹 빠질 것이다. 그 시선이 멋있는 배우들의 것이라면 더욱 신비롭지 않을까.
"다들 거기서 미치를 만나나 봐요."
이런 대사조차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건 무엇 때문인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문장이기 때문일지 몰랐다.
The Birds, 1963/ Alfred Hitchcock